홍해 사태 속 성수기… 예측 벗어나 다시 천장 뚫은 해상운임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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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 사태 장기화 속 수요 증가세
SCFI, 1년 8개월 만에 2300 돌파
해운업계, 불황 전망 뒤집고 ‘훈풍’
국내 수출기업 다시 비용 늘며 희비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항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간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며 홍해 발 물류대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여기에 해운업계에서 성수기로 분류되는 3분기를 앞두고 물류 수요는 늘어나면서 해상 운임이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돌파했다. 올해 말까지 해상 운임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05.79로 집계돼 2주 전보다 18.8%(365.16) 올랐다. 5월 첫째 주는 중국 노동절 연휴로 SCFI가 발표되지 않았다. SCFI가 2300선을 돌파한 건 2022년 9월 16일(2312.65) 이후 처음으로, 1년 8개월 만에 전 고점을 뚫었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컨테이너 15개 항로의 단기(스팟) 운임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상하이는 전 세계 물동량 1위 항만이기 때문에 전 세계 컨테이너선사는 SCFI를 운임지표로 삼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예맨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벌어졌다. 국내 선사인 HMM을 포함해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 등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둘러가면서 유럽과 아시아 항로 거리가 약 9000km 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CFI는 올해 초 2200선까지 상승한 뒤, 미국의 개입 선언 이후 900~100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벌어져 중동 정세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자 해운 운임은 또다시 반등했다.

물류 운송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해운업계 성수기인 3분기를 맞아 물류 수요는 늘면서 한동안 해운 운임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진공 관계자는 “중국 노동절 황금 연휴를 맞아 온라인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8% 급증했다. 또한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탓에 운송 소요기간이 길어지면서 재고를 최소 2주 이상 확보하는 하려는 화주들의 운송 수요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원래 해운업계는 2026년까지 시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2020년부터 전 세계에 유행한 코로나19로 해상 운임이 급증하면서 선사들의 선박 공급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돈을 많이 번 국제 선사들이 친환경 규제에 발맞춰 신규 선박을 잇따라 발주했다. 올해와 내년에 선박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운임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홍해 발 물류 대란이 길어지면서 해운업계의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상 운임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국내 수출기업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수출 물량의 99%는 해상 운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수출기업에 있어 해상 운임 상승은 곧 수출 비용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홍해 사태 등으로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한 수출입 기업은 74.6%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홍해 예멘 사태의 수출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해 “홍해 사태 장기화 시 유럽연합(EU)의 아시아 수입 둔화와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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