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노래한 부산·경남의 산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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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작가회의 54명 의기투합
사화집 <겹겹마다 청청> 출간

<겹겹마다 청청> 표지. <겹겹마다 청청> 표지.

부산의 주산인 금정산을 비롯해 장산·수정산·승학산·복병산·봉래산, 인근의 천성산·영축산·적석산, 나아가 황매산·지리산까지. 지역의 산들이 지역의 시인들에 의해서 하나하나 호명되었다. 부산민예총에서 개최하는 스물한 번째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의 의미를 드높이기 위해 부산작가회의 소속 시인 54명이 부산과 경남 지역의 산을 노래했다. 그 결과물이 사화집(詞華集) <겹겹마다 청청>(전망)이 되어 나왔다.

이 시대의 시인들은 먼저 우리의 산이 아프다고 울부짖는다. 김형로 시인은 ‘울지 않는 꽃’으로 가덕도 국수봉 백년 숲 이야기를 했다. ‘울어야 동백인데/가덕도 동백군락지 백년 숲/몇 해 전부터 울지 않습니다//공구리 모지리들 섬에 들락거린 후/애 떨어지듯/울음 뚝! 끊어 버렸다 합니다’. 이 시는 ‘유언 같은 말 삼키며/마지막 한 번 안아주었습니다’로 아프게 마무리된다. 김려 시인의 ‘산 하나만 사주세요’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아이가 빨리 자라서 돈 많이 벌어서 이 산을 선물하겠다고 하자, 엄마가 산은 사는 게 아니라고 타이르는 내용이다. 산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라서 이미 네 것이기도 하다’는 엄마의 설명이 뭉클하다.

정익진 시인은 ‘구덕산행, 시비가 있는 풍경’으로 안내한다. ‘또 다른 숲길, 현기증이 날 만큼의 짙은 녹음 때문이었을까요. 숲 속에 숨어있던 녹색 줄무늬의 호랑이와 얼룩말이 동시에 뛰쳐나와 산길을 유유자적 걸어가는 장면을 그려봤습니다. 뒷모습을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걸어가는 사람들.’ 시인과 동행해 뒤돌아보고 싶은 산길이다. 절간은 핑계이고 돌그릇에 비친 하늘을 보러 간다는 장이소 시인의 ‘금강암 가는 길’도 따라나서고 싶어진다.

인간 때문에 생명들이 죽어 간다. 그 슬픈 결말이 채수옥 시인의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이다. ‘하얀 드레스 차려입고/신부 입장을 기다리는 아카시아 곁/줄무늬 나비넥타이를 맨/꿀벌은 어디로 도망쳤을까//솥단지 엎어버리고/붕붕거리며/왜 돌아섰을까.’ 부산작가회의 김요아킴 회장은 “산은 영원한 우리들의 어머니이자 안식처다. 시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부산시민들이 산이 가지는 유·무형적 자산과 참된 의미를 체득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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