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의전서열 2위 국회의장도 '명심' '개딸'이 좌지우지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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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6일 국회의장 후보 경선
4파전에서 2파전 압축…친명 개입 비판
추미애 추대론에 '완주 의지' 우원식 압박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친명에 강성 팬덤 영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오른쪽)과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오른쪽)과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당선자 총회를 열고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를 선출한다. 하지만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직을 두고도 민주당에선 경쟁 구도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과 강성 팬덤 입김에 따라 정리되고 있는 탓이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국회의장 후보 경쟁 구도는 6선의 추미애 당선인과 5선의 우원식 의원 2파전으로 좁혀졌다. 앞서 의장 후보 등록 때만 해도 6선의 조정식 의원과 5선의 정성호 의원이 나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퇴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 의원은 곧바로 추 당선인과의 단일화를 선언했다. 이들 의원 사퇴 배경에는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추 당선인과 우 의원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됐지만, 정치권에선 이마저도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명심’이 추 당선인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 추 당선인 추대 기류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조 의원과 정 의원의 후보직 사퇴에 친명계는 한층 노골적으로 추 당선인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과 4·10 총선 상황실장을 지낸 김민석 의원,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 등은 공개적으로 추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더민주혁신회의와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등도 추 당선인 지지로 사실상 뜻을 모았다. 친명계가 추 당선인 쪽으로 기울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도 ‘팬덤 행동’에 나섰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은 추 당선인 추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의원들에게 추 당선인 지지 요청 메시지를 연일 보내고 있다.

추 당선인을 지지하는 2만 1054명의 당원들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장 지지도를 묻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추미애 당선인은 민주당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것이 민심이자 당심”이라고 밝혔다. 원내 친명 인사와 강성 당원들이 일제히 추 당선인에 뒷심을 싣고 있는 셈이다.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를 주축으로 한 초선 당선인들이 일찌감치 추 당선인을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밀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추 당선인 본인도 ‘명심 적임자’를 강조하며 입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여러 차례 깊이 관련 얘기를 나눴다”며 “(이 대표는)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통상 국회의장이 선수와 나이를 따져온 관행에 비춰볼 때 명심이 본인을 향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우 의원 역시 신경전에 가담했다. 우 의원도 이날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가 이재명 대표가 본인에게만 이야기했다는 게 하나 있었다고 했는데 이 대표가 저한테만 이야기한 게 하나 있다”고 맞받았다.

다만 ‘완주 의지’를 밝혀온 우 의원도 친명 움직임에 거취 압박을 느끼는 모양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 후보 선출 마저도 이 대표와 강성 지지층 여론에 휘둘려 내부 경쟁 없이 추대 형식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당내 한 비명계 의원은 “국회의장 경선에 보이지 않는 손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총선에서 크게 이겼다고 친명계가 마음대로 해도 당이 잘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친명계는 “이 대표는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6일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르고, 이후 국회의장 후보 1인을 지명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 절차를 거친다. 추 당선인을 비롯해 우 의원 역시 “국회의장이 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22대 국회에서 여당이 느낄 압박감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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