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말싸움 필승법, 38개 초식만 익혀라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 표지. <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 표지.

싸움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말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옳은 말을 한다고 다 이기는 것이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논쟁에서 이기는 말싸움 기술을 소개한다. 대철학자의 조언치고는 너무 노골적이고 천박해보일지 몰라도, 그 대철학자의 생각에 의하면 우리 삶 자체가 노골적이고 천박하다. 그러니 노골적이고 천박한 삶에 노골적이고 천박한 기술은 적당히 유용하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 우선 한 가지 합의해야 할 것이 있다. 대체로 동의하시겠지만, 논쟁에서 어떤 주장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장이 논리적으로 그럴싸해서 논쟁의 상대나 청중으로부터 신뢰를 얻느냐, 하는 것이다. 논쟁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말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합의하지 못하고 논쟁을 ‘올바른 진리를 찾는 과정’으로 해석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비술(秘術)은 그저 사술(邪術)에 불과할 테다.

책이 소개하는 38개의 초식 중 몇 개만 살펴보자. △확대해석하라 △상대를 화나게 만들어라 △순서를 뒤죽박죽 바꿔 질문하라 △이성보다는 권위에 호소하라 △증명되지 않은 것을 증명된 것처럼 선언하고 토론을 끝내라, 등등. 한 수 한 수가 참 천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천박한 하나 하나가 인간 본성과 인간 관계의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꿰뚫는 통찰을 품고 있다. 괜히 쇼펜하우어가 대철학자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외 나머지 30여 개의 초식이 더 궁금하다면, 당장 누군가와의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다면, 주저할 것 없다. 서점으로 달려가라. 그런데, 그렇게 말싸움의 고수가 되어 족족 승리를 거둔다고 우리네 삶이 더 행복해질까. 쓸데없는 고민이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어차피 우리네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김시형 옮김/사람과나무사이/156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