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확충·근무 환경 개선이 활성화 첫걸음 [무너지는 부산 산단]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하. 위기의 산단, 해법 있다

접근성 높여 출퇴근 시간 줄여야
하단~녹산선·대저대교 등 대안
기업도 자구책 마련 인식 전환을

부산시 세제 감면·펀드 지원 필요
대기업·신성장 업종 유치 나서야
경제 활력·인재 발굴 선순환 기대

부산 산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근무 환경 개선 등 기업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산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근무 환경 개선 등 기업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국가산단뿐만 아니라 지역 전반에 걸친 일반 산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출퇴근에만 4시간이 소요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주변 대중교통 체계를 확충·재정비하는 한편 신산업 업종 전환, 근무 환경 개선 등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대기업 유치로 지역 산단의 생태계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해결 출발점은 교통 확충

전문가들은 산단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후 산단의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단 주변의 대중교통 체계를 확충하고, 만성 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도로를 건설해 출퇴근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기업 운영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체계의 경우 원도심과 산단을 잇는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 건설 사업이 지난해 말 건설 타당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민 불편, 주민 반발, 각종 사고 위험, 예산 등 여러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계획 단계부터 돌발 변수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 공기 지연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낙동강 횡단교량 확충 사업의 일환인 대저대교 건설은 2010년 예타 통과 이래 14년 만인 다음 달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반발이 여전히 거센데다 문화재청이 최근 내놓은 대저·장낙·엄궁대교 사업 통합 검토 방침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부산 강서구와 기장군에서 청년들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마련한 ‘부산청춘기쁨카 지원 사업’과 같은 인센티브를 개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기업 스스로 직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신산업 전환을 계획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책적 뒷받침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경제진흥원 강성석 원스톱기업지원센터장은 “청년들이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데 기업 스스로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제 감면, 펀드 지원은 물론 기업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산시 차원의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대기업 등 기업 유치 한목소리

지역에선 대기업 유치에 대한 열망이 높다. 앵커 기업이 부산에 오면 관련 업종과 연계된 산업이 발전할 수 있고 지역 경제 생태계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은 항만이 큰 자산인 만큼 항만과 관련한 대기업 유치도 기대해 볼 만하다. 부산상공회의소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본사를 유치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 유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기업 계열사도 큰 역할을 한다. 5000여 명이 근무하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이 대표 사례다. 삼성중공업 R&D센터의 경우 지난해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꾸준히 인력을 채용해 이달 현재 9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삼성중공업 권도훈 R&D센터장은 “조선해양플랜트 관련 학과가 부산에 대다수 포진돼 우수 인력 확보가 용이하다”며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는 물론 학계와도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은 물론 신성장 업종을 이끌 수 있는 대표 기업 유치도 기존 산단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이차전지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신성에스티를 비롯해 냉장고 첨단 부품 생산 전문기업 고모텍 등의 부산행은 지역 경제에 활력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 김귀옥 투자유치과장은 “신규 산단 조성은 물론 기존 산단 활성화를 위해 신성장 산업 육성을 중점으로 한 중장기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테크노파크에서 운영 중인 ‘부산권 이차전지 지산학 복합체’ 등 기업과 대학이 연계해 산업 생태계 전환에 대비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인력 문제 해결에도 한발 나아갈 수 있다.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지원하는 R&D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은 협력의 결실”이라며 “지역에 남고자 하는 인재들도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인재 발굴과 영입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출신 기업인들을 다시 고향으로 적극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2021년 7월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한 에코프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임직원 90% 이상이 지역 출신으로, 포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혁신형 창업을 국내에 한정짓지 말고 동남아, 인도 등의 인력을 부산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부산연구원 이상엽 선임경제동향분석위원은 “시 차원에서 해외 인력을 창업 인력으로 끌어들여 이들 기업이 부산에 자리잡도록 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