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 우리의 이동이 지옥 같을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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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 정희원·전현우

승용차 중심 교통 문화 심화
철도 분담률 갈수록 되레 감소
대중교통 저렴해야 보편복지


민족 대이동이 시작하는 추석 연휴에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 사진은 남해고속도로 북부산톨게이트에서 차량들이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민족 대이동이 시작하는 추석 연휴에는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 사진은 남해고속도로 북부산톨게이트에서 차량들이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대개 대학병원이라고 부르는 상급종합병원을 처음 방문하면 놀라게 된다. 밖에서는 차량 정체와 주차난이 심하고, 안에서는 65세 이상 환자가 너무 많아서 다시 놀란다. 왜 굳이 자동차를 타고 병원에 오는 것일까. 큰 병원들은 지하철 출구나 버스 정류장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 노인이 이동하기가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모양인데 20~30년 뒤에 이동성이 떨어지는 85세 이상 인구가 지금보다 3~4배가 늘면 어떨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15일은 경남 창원의 시내버스들이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 구간을 운행하기 시작한 날이다. 언론들은 ‘개통 첫날 버스는 정차를 반복하며 대체로 저속 주행을 이어갔고, 승용차는 공휴일 비교적 적은 교통량에도 일부 구간에서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시청 민원 게시판이나 창원지역 온라인 카페에 승용차 이용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이 같은 기계적인 중립은 결국 지금의 승용차 중심의 교통 문화를 편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는 지옥철, 꽉 막힌 도로, 출퇴근 전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도시로 향하는 도시인들과 이동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실 저자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전현우는 철도 덕후로 시작해 도시와 철도를 분석하는 교통 철학자가 되면서 ‘덕업일치’를 이루어 냈다. 정희원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로 사람들의 가속노화 방지를 연구하고 있다. 본인은 돈이 되지 않는 분야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요즘 언론이 일 순위로 관심을 갖는 인물이다. 서로 분야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편지 형식으로 교통 문제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서로에게 “왜 우리의 이동은 지옥 같을까?”라고 공통 질문을 던진다.

김포골드라인에서는 지금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옥철’로 악명이 높아 정치권까지 큰 관심을 가진 게 언제인데 왜 아직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을까.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2023년 6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수도권 직장인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평균 20.4km 거리를 평균 83.2분을 들여 이동한다.

하루 중 일하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빼면 이동시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이동시간은 신체 및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와 나쁜 식습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특히 설과 추석 연휴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경부고속도로로 9시간이 넘게 소요된다는 뉴스가 매년 빠지지 않는다. 추석 연휴 승용차의 수송 분담률은 2008년 79.4%에서 2017년 89.3퍼센트로 증가했다. 반면에 철도의 분담률은 2008년 4.4%에서 2023년 3%까지 꾸준히 줄었다. 편안하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철도의 입지는 우리나라에서 왜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일까.

논쟁적인 주제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 문제도 저자의 견해를 듣고 나니 생각이 달라진다. 이 책은 대중교통은 전 국민이 최대한 값싸게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을 연령으로 가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중교통을 무료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소득 재분배적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며, 상당한 건강 효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득이 낮을수록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들은 교통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라고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 수도권 집중화가 만병의 근원이고, 그래도 부산은 살만한 도시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정희원·전현우 지음/김영사/228쪽/1만 7800원.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표지.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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