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빨라진 딸기 농한기…타들어가는 ‘농심’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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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에 대부분 농가 수확 마무리
예년보다 농한기 한달 일찍 찾아와
덥고 습한 봄…딸기 생육에 ‘악영향’

경남 진주시 수곡면의 한 딸기 시설하우스. 수확을 마치고 농한기에 들어갔다. 몇 년 전만 해도 6월 초까지 수확이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한 달 정도 수확기가 짧아졌다. 경남 진주시 수곡면의 한 딸기 시설하우스. 수확을 마치고 농한기에 들어갔다. 몇 년 전만 해도 6월 초까지 수확이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한 달 정도 수확기가 짧아졌다.

경남지역 대표 신선농산물인 딸기의 수확 가능 시기가 예년에 비해 부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수익도 수익이지만 딸기 주요 생산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16일 지역 딸기 농가들에 따르면 현재 경남지역 대다수 딸기농가가 상품 수확을 마친 상태다. 이른 곳은 3월 말에 수확을 마친 곳이 있고 늦더라도 대부분 5월 초에 마무리했다. 현재 일부 농가가 마무리 딸기 수확을 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잼 등 가공품에 사용된다.

눈길을 끄는 건 수확시기가 예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경남지역의 경우 11월에 수확을 시작해 5월 중하순까지 상품 수확이 이뤄졌고 6월에 농한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농한기 시작 시점이 2주 정도 앞당겨졌는데, 특히 올해는 아예 한 달 이상 빨라졌다.

진주시 수곡면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조문규 씨는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예년에는 늦으면 6월 초까지 수확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수확이 빨리 끝난다. 더 따려고 해도 과실이 없다. 올해는 5월 초에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딸기 수확량도 몇 년 사이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경남지역은 전국 딸기 생산량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딸기 주산지다. 2018년도 작기(2018년 11월~2019년 5월)에는 2500여 ha에서 총 8만 2400t의 딸기가 생산됐다. 이어 2019년 작기에 대풍을 맞으면서 12만 4754t이 출하됐는데, 이후 완연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작기엔 6만 8698t, 2022년에는 6만 4886t으로 줄었다. 이번 작기에는 워낙 생산량이 줄어 지난 작기 대비 더 가파르게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올해는 딸기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3월 이후 과실 크기가 좀처럼 커지지 않았고 불량과도 크게 늘었다.

딸기 수확량이 줄고 있는 건 역시 기후 영향이 크다. 겨울 기온이 따뜻한 건 그나마 괜찮은데 봄 날씨가 너무 더워져 딸기 생육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겨울과 봄에 비가 잦아지면서 일조시간과 일조량이 크게 부족해졌다는 것도 문제다.

딸기는 다른 노지 작물들과 다르게 100%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비교적 날씨 영향을 덜 받는다. 이 때문에 주산지 명성도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딸기하우스가 겨울철 난방 조절만 될 뿐 봄철 고온현상이나 습도, 일조량 조절을 하지 못한다. 사실상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기후 변화에는 대응이 쉽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시설이 갖춰져 있더라도 3월 이후엔 딸기값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농민들로선 생산비에 많은 돈을 투입하기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빨리 농사를 접고 있는 상황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딸기 생육에 적합한 환경은 분명 아니다. 여기에 날씨 예측조차 쉽지 않다. 방상팬이나 보광등, 습도 조절기 등을 설치하면 어느 정도 대비는 할 수 있겠지만 수익 대비 운영비가 만만치 않아 농민들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부 농민들 사이에선 시설하우스에서 나는 딸기도 노지작물인 사과와 배처럼 재배지역이 북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주환 진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보니 당장 시설비를 투입하기도 쉽지 않다. 날씨 탓에 과일이 잘 자라지도 않고 과피가 두껍지도 않은 편인데, 이런 상태면 국내 유통은 물론 수출도 어렵다. 몇 년 뒤면 딸기 주산지가 경남이 아닌 강원도가 될 수도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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