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복잡미묘한 부산은행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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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16일 은행업 인가 의결
지방은행의 전환 최초 사례
지방 ‘리딩뱅크’ 부산은행 촉각
부산은행 "전환 계획은 없다"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DGB대구은행 본점 전경. 대구은행 제공

다음 달부터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기존 은행 구도를 뒤흔들 ‘태풍’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지를 두고 지역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는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경북권 중심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시중은행 탄생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이다.

이날 금융위 심사에서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의 최소 자본금 요건(1000억 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을 모두 충족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영업 구역 중심으로 은행 간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전국에 점포를 세우고 영업망을 확대하는 점이 가장 큰 이점으로 꼽힌다. 지방은행은 기존 영업 기반 지역 이외 타 지역(광역시·도 단위)에 1개를 초과하는 점포를 운영할 수 없다. 반면 시중은행은 전국 어디서나 점포를 개설해 영업이 가능하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통한 공격적 행보에 나서면서 지방은행 중 실적 1위 ‘리딩뱅크’인 BNK부산은행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존 영업망을 사수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연착륙할 경우 지방은행 구조 재편 가능성도 열어 둬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개인 고객은 비대면 앱 등을 활용해 확보하고 기업 고객은 낮아진 조달 금리를 활용해 저금리 영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기업 대상 여신 영업에서 시중은행이 대기업 중심 영업을 하는 만큼 기존 지역 영업 노하우를 활용한 ‘저인망식’ 밀착 영업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기득권을 가진 수도권 대신 인접 지역으로 대구, 경북 인사들이 많은 부울경 지역이 가장 현실적인 영업망 확장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은행이 성공적으로 시중은행에 안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부산은행도 시중은행 전환을 고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부산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계획은 없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낮은 금리와 물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 침투’ 전략을 펴고 있고 인터넷 은행이 편리성을 무기로 개인 고객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 전환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서는 대주주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시중은행 전환 조건으로 금융위는 산업자본 보유 한도 4%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BNK금융지주는 롯데쇼핑, 부산롯데호텔 등으로 구성된 롯데 지분 10.42%와 국민연금공단 8.31%, (주)협성종합건업 6.45%가 대주주로 있다. 시중은행 전환을 위해서는 롯데, (주)협성종합건업의 지분이 4% 아래로 줄어야 한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중은행 전환이 지방은행의 직접적인 경쟁력 제고로 나타난다고 현재는 확신할 수 없다”며 “지역 경쟁력을 기반으로 비대면 채널을 고도화하고, 전국 단위 영업망 확보 노력으로 은행의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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