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재항고 등 대정부 공세 예고… 의정갈등 만성화 우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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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

전공의 복귀·전문의 배출 등 지연
의료공백 국민 고통 ‘상수’ 될 수도
법원 판단에 의료계 입지 좁아질 듯

부산대, 증원 학칙 개정 난제 산적

법원에서 의대 증원 효력에 대한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16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법원에서 의대 증원 효력에 대한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한 16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이 제기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하면서 의정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의정갈등이 석 달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증원된 의대 입학정원을 밀어붙일 동력이 생겼다. 의료계는 즉각 재항고를 예고하며, 의정갈등이 만성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공백, ‘변수’ 아닌 ‘상수’로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둘러싼 출구없는 의정갈등이 석 달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법원의 이번 각하 결정으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지난 14~15일 문화체육관광부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증원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로 풀이된다.

올해 중 전공의 복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동안 의료계는 “증원 없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 왔다. 법원이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정부는 법원 판단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렇게 되면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다.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전공의 수련 기간 마지노선인 이달이 지나면, 올해 전문의 배출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정부는 올해 전공의 복귀가 없다고 가정하고 비상의료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수백억 원대 적자에 허덕이는 수련병원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건강보험 선지급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땜질식 처방’인 만큼, 전공의 복귀가 없다는 ‘상수’ 아래 수련병원 정상화 방안과 의대 정원 증원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의료계는 대법원 재항고를 시작으로 지금처럼 대정부 공세를 이어가겠지만, 국민 지지를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록 존재 여부 등을 지적하며 공세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의정현안협의체 자료 등을 법원이 검토한 끝에 판단을 내린 만큼 의료계의 입지가 좁아졌다. 향후 의료계의 대정부 공세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치고, 의료계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대학 학칙 개정 ‘변수’

대학들은 앞으로 어떻게 학내 갈등을 해결할지가 변수다. 지난 14일 부산대를 시작으로 제주대 등이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속속 부결하면서 학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중요해졌다. 정부는 대학들에 학칙 개정을 촉구하며, 학칙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여러 압박 카드를 내밀며 증원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는 지난 14일 교무회의에서 입학 정원 관련 학칙 개정이 부결된 이후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부산대는 현재 총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특별한 입장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관계자는 “정부가 각 대학에 방침을 제시하면 협의를 통해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생 역시 수업에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대학은 의대 학사 일정을 두고 계속 골머리를 앓게 됐다. 현재 대학들은 학기제 대신 학년제 도입 등 의대생이 유급하지 않도록 변칙적인 방안을 짜내고 있다. ‘특혜’ 논란이 거세지만, 의대생이 집단 유급하게 되면 의사 배출에 연쇄적으로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안이 확정되고, 2026학년도 2000명 증원이 확실시된 만큼 ‘의대 열풍’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정원이 완전 확정이 되기 전에도 학원가를 중심으로 재수생을 비롯한 ‘N수생’ 문의가 폭발했다. 내년도 입시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상위권에서는 의대 진학을 위해 반수생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3 수험생도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의대 증원 현실화로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상향 지원에 나서는 수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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