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춤에서 현대 무용 못지않은 '파워' 느끼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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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관객·무용단원 ‘엄지척’ 감동
철학적 의미 전달은 다소 약해
‘시립’무용단 본분 잊지 않아야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오랜만에 열정적인 춤 무대를 만났어요” “숨소리까지 작품이 되는 걸 알고 경이로웠습니다” “빛과 음악,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돋보인 무대였습니다” “한국 창작 무용과 라이브 재즈 음악 조합이 인상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빙빙’의 의미를 어떻게 풀었는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대본이 약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지난 17~1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난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안무·연출 이정윤 예술감독, 부산일보 5월 16일 16면 보도)에 쏟아진 무용 전문가를 포함한 관객 반응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5월 제87회 정기 공연이자 창단 50주년 기념 작품 ‘1002 Nights_천 두 번째의 밤-춤추는 세헤라자데(셰에라자드)’ 이후 근 1년 만에 이 예술감독 안무·연출로 만난 시립무용단 신작 공연인 데다 부임 4년 차를 맞은 예술감독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관객은 이틀간 900명 가까이 관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공연 시간 75분 내내 무대를 지킨 이 예술감독이 무용수로서도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작품의 완성도나 관객 호응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뛰고, 구르는 무용수 모습에서 객석의 관객은 물론이고 함께 뛴 단원들조차도 감동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립무용단 안무자를 역임한 A 무용가는 “(무용수들) 움직임이 되고, 춤 본연에 집중한 무대여서 보기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반복된 패턴 안무를 조금만 줄이고, 이정윤 예술감독 독무를 부각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었는데, 예술감독이 직접 무용수로 뛰면서 자기 분량을 늘인다는 게 부담스럽긴 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B 무용가는 “예술감독이 풀 타임으로 뛰는 공연이었기에 단원들은 더욱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민간 무용단은 이제 무용수가 없어서라도 저렇게 대형 작품을 만들거나 공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립무용단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지에서 공연을 보러 온 C 무용가는 “이전 공연보다 무용수들 기량은 확실히 발전했고, 열정적으로 다가왔다”면서 “다만 춤의 모티프가 된 ‘강강술래’의 ‘달’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오로지 눈에 보이는 한 가지로만 드러내니까 감흥이 덜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즉, 달을 해석하는 게 자기 삶과 어떻게 연결해서 뭘 보여주고자 하는지, 그걸 철학적으로 어떻게 풀었는지가 안 보이니까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D 무용가는 “색소폰과 일렉트릭 기타 등 한국 창작무용으로선 드물게 라이브 재즈 연주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한 건 신선했는데 색소폰 음향이 다소 강해서 여운을 즐기기엔 다소 아쉬웠다”고 밝혔다.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부산시립무용단 제89회 정기 공연 ‘빙빙 Being Being’ 공연 모습.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시립무용단 강모세 수석은 “입단한 지 20년이 넘도록 여성 무용수들 비중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남자 무용수들끼리 단독 무대를 30분 넘게 가진 건 처음이었는데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예술감독님 옆에서 협력안무도 겸하면서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협력안무와 무용수로 함께한 김미란 부수석도 “다들 힘들다고 난리였고 저도 심장이 아릿했는데 이건 제작 과정과 연습 과정을 다 알기에 더 와닿은 게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음악 작업을 처음 함께한 손성제(색소포니스트 겸 작곡가) 음악감독은 “무용음악은 처음이었는데 라이브로 연주하면서도 환상적이었다”며 “이정윤 예술감독은 천재 같다”고 감탄했다.

한편 이번 시립무용단 정기 공연엔 지역의 원로 무용가와 무용학도들도 꽤 많이 공연장을 찾아 응원과 덕담을 나누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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