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통한 ‘정의로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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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정록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장

지난 5월 16일, 한국남부발전 부산 본사 앞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남부발전이 운영하는 하동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일하는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가 파업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36년까지 32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8000여 명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 해고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당장 하동발전소 1, 2호기가 2026년~27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이에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장을 요구했지만, 하청업체인 HPS의 답은 원청업체에 가서 요구하라는 것이었다. 무책임하지만 솔직한 답변이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문제는 남부발전과 같은 발전공기업 아니,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후정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했다.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을 주장해 온 기후정의운동이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함께 요구한 것이다. 바로 발전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고용보장방안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반대’가 아닌, 오히려 공공이 책임지고 태양광과 풍력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리고 그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을 발전노동자들과 기후정의활동가들이 함께 외친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전 세계 기후정의운동이 오랫동안 외쳐왔다. 그 결과 ‘파리기후변화협정’ 전문에도 중요 이행 원칙으로 명시되었다. 흔히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환의 비용과 피해가 전가되지 않아야 하고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정의운동이 외치는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원칙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문제에 접근한다면, 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에게 전직지원과 상담, 실업급여 추가지급과 같은 ‘적절한 지원’이 정의로운 전환일 순 없다. 바로 지금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하면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발전노동자들의 싸움이야말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지금 이 사회가 정의롭지 않은데, 권력자들의 기후위기 대응이 정의로울 리 없다. 그동안 공공이 생산하던 에너지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환한다면, 당연히 공공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상식적인’ 요구에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 앞 기자회견이 있던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에너지 대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미 공공이 에너지산업 전반의 인프라를 운영하고 계획하고 있으면서, 앞으로 전환할 재생에너지는 대자본을 ‘지원’하며 돈벌이 수단으로 내주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이렇게 에너지 민영화가 진행된다면, 생태적으로 정의롭게 생산-소비되어야 할 에너지가 아닌 오직 돈벌이를 위한 ‘에너지 시장’으로 인해 우리의 삶과 지구는 무너져갈 것이다.

발전노동자들과 기후정의활동가들이 함께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 이유이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전환을 통해 신속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공공적, 민주적, 생태적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발전노동자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정부가 전 사회적인 에너지 전환을 직접 이행하는 책임을 지고, 한국남부발전을 비롯한 6개 발전공기업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에 맞춰 발전 노동자들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로의 일자리 전환을 책임져야 한다. 홀로 대응하기에는 너무도 막막한 기후위기, 발전노동자들과 함께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 싸움을 함께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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