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지역균형발전, 더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여진 경제부 차장

31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코미디 유튜브 채널이 쏟아낸 지방 관련 발언이 지난주 화두였다.

6개월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메이드 인 경상도’ 콘텐츠를 제작해온 채널 운영 멤버들이 최근 찾은 곳은 경북 영양군. 문제는 영상에 웃음과 재미, 해학 대신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만 넘쳐났다는 데 있다. “젊은 애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햄버거 전문점이 없으니) 이걸로(햄버거빵) 대신 먹는 거다”거나 “이것만 매일 먹으면 햄버거가 얼마나 맛있을지”라고 푸념한다.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 받으면… 여기까지만 할게” “블루베리 젤리는 할매 맛” 등의 발언도 여과없이 담겼다.

이들 발언들은 자연스럽게 지방 비하·폄하 논란으로 이어졌고,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채널 멤버들은 결국 영상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8일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방문 지역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조사 없이 손쉽게 ‘코미디’ 콘텐츠를 만든 건 분명 이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을 곱씹어보면 씁쓸하다. 이들은 시내를 둘러보면서 본 사람이 스무 명이 안 된다며 도시 맞냐고 반문한다. “롯데리아 없어” “인도랑 횡단보도랑 신호등이랑 아무것도 없다”며 놀라워 했다. 고속도로·철도·4차로 부재로 인해 ‘육지의 섬’이라 불리는 영양군의 현주소이자 인구 절벽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의 현실이다.

수도권에 포함되지 않은 지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제2 도시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특광역시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과 바다’는 부산의 별칭이 된 지 오래다. 한때 4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견됐던 인구는 330만 명 아래로 주저앉았다. 한국 경제를 책임져온 산단들은 노후화와 인력 부족, 글로벌 위기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을 고루 발전시켜 인구 소멸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지역균형발전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실제로 공공기관 이전으로 부산엔 좋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특화단지 조성으로 기업의 투자가 잇따르면서 관련 산업 활성화도 전망된다. 일부 기업들이 부산으로 옮겨오면서 산단에도 변화의 힘이 실린다. 부산을 제2 고향으로 삼는 청년들도 눈에 띈다.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바꿀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지역 사회가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불러온 긍정적인 파급력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에 놓인 산은법 개정은 물론 지역 여야 의원이 한마음이 된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의사 결정이 국회 안에서도 버젓이 자행되는 탓에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앞선 문제의 영상 이후 “눈 떠보니 영양이 스타가 됐다”며 대인배의 면모를 보이고, 영양군 방문을 호소했다.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상공계와 시민단체들은 최근 국회 앞에서 법안 제·개정을 촉구하면서 지역 염원이 서울에 닿길 원했다. 조롱도, 값비싼 비용도 감내하는 지방의 절박한 외침. 외면한다고 될 일인가. 인구 절반 가까이는 그래도 지방에서 ‘살아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나아간 20년 세월을 무위로 돌려선 안 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