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사고… 외무장관도 숨져
내부·이스라엘 등 배후 의심도

이란 내각은 라이시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20일 공식 확인했다. 구조대원들이 20일 이란 북서부 지역 사고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탑승 중이던 헬리콥터의 추락으로 사망했다. 악천후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이나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란 내각은 20일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내각은 5일간 국가 애도기간 선포하며 “지칠 줄 몰랐던 ‘아야톨라(고위 성직자가 수여받는 칭호)’ 라이시의 정신으로 국가에 대한 헌신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를 이용해 타브리즈의 정유공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러다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변을 당했다. 사고 헬기는 추락으로 전소됐다. 이번 사고로 헬기에 동승했던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지역 성직자인 금요 기도회의 이맘 아야톨라 알 하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등이 함께 숨졌다.

헬기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산악 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사고 현장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대도 현장에 헬기로 접근할 수 없어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무인 드론 역시 사고 현장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이번 사고를 범죄와 연관 짓는 분위기가 감돈다. 이코노미스트는 “‘테헤란의 도살자’라 불린 라이시 대통령이 온건파부터 강경 보수파까지 자국 내에 적이 많아 이들의 음모가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관련성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을 암살하고 이에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