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초선 당선인 만난 윤 대통령…“부산이 효자…직접 소통하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PK 당선인 14명과 만찬
윤 대통령 소통 의지 강조하면서 당정 ‘동반자’ 강조
부산 등 PK 총선 결과에 각별한 사의 표하기도
참석자들 “의리” “패배주의 빠지지 말자” 격려성 발언
국정 기조 변화, 당정 관계 재정립 등 민감한 언급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신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신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저녁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22대 국회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초선 당선자 14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의 동반자인 여당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강조했고, 특히 전국과 달리 여당 의석수를 늘린 4·10 부산 총선 결과를 두고 “부산이 효자”라며 각별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PK 당선인들은 총선 결과에 대한 여권 내 ‘지나친 패배주의’를 경계하면서 당정이 협력해 앞으로 잘 해 나가자는 격려성 발언을 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이후 여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 당정 관계 재정립 등 ‘쓴소리’는 없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만찬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만찬 초반 당선인들에게 “할 얘기 있으면 언제든지 직접 하라”며 편하게 대화하자는 취지로 말하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래도 나를 통해야 한다”고 말해 장내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그 지역 선거가 치열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대선 때 큰 역할을 해 줬는데 이번에 당선돼 정말 다행”이라며 당선인 한 명, 한 명에 대해 ‘맞춤형’ 격려를 하기도 했다.

당선인들은 이번에 치열했던 PK 총선 과정을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데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당이 참패했던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전체 의석 18석 중 17석, 경남 전체 의석 16석 중 13석을 가져오며 탄핵 저지선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낙동강 전선을 사수한 국민의힘의 효자들 아니냐”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정치는 의리 아니냐.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정 간 ‘의리’를 강조하면서 “우리가 너무 패배주의에 빠진 거 같다. 미래를 보고 나아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만찬이 끝날 무렵 “대통령님, 기운 빠지지 마시라. 우리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아니다. 내가 당의 호위무사가 되도록 국정 운영에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윤 대통령 탈당설’에 선을 그은 셈”이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만찬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예산 편성권 등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 있는데 당이 민심을 살펴 건의하면 반영하고 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겠다”면서 “우리가 의석을 기대만큼 얻지 못했지만 너무 수세적으로만 갈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이) 동반자로서 국정을 함께 잘 이끌어 나가자”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등 정권 현안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일부 참석자들의 간접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선인은 “의원 개인 소신도 있지만 당론을 위배하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채상병 특검법의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당론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야당과의 관계,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총선 패배 이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정운영 기조 변화, 당정관계 재정립 등 다소 민감한 언급 역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과 당선인의 첫 만남이라 민감한 얘기는 없었다. ‘고맙다’, ‘잘 하자’ 그런 격려성 발언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만찬에는 최근 공개 행보를 다시 시작한 김건희 여사도 당선인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 여사는 만찬 시작 전 당선인들을 만나 “선거를 치르는데 고생이 참 많으셨다”, “건강은 좀 괜찮으시냐”며 인사를 건넨 뒤 식사는 함께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날 만찬은 오후 6시쯤 시작해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초선 당선자들의 만찬은 지난 16일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 초선 당선자들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22일에도 비례대표 등 초선 당선자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