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동맹 '제미니' 출범 코앞… 부산항 영향 제한적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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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니, 메인항에 부산항 제외
‘전용 셔틀 선박’ 대신 투입해
부산항-유럽 수출입 물량 유지
북미 노선은 오히려 이득 전망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부두인 부산항 신항 7부두 전경. 부산일보DB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부두인 부산항 신항 7부두 전경. 부산일보DB

내년 초 출범하는 거대 운항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의 여파가 부산항에는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선사들은 유럽을 오가는 메인 노선에 부산항을 뺐지만, 전용 셔틀 선박을 대신 투입해 수출입 화물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알려진 ‘부산항 패싱’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제미니 협력은 선복량(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 기준 세계 2위 덴마크 머스크와 세계 5위 독일 하팍로이드 간 운항동맹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선복량 공유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맹을 맺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동맹 선사를 바꾸기도 한다. 초대형 연합 선대가 새롭게 꾸려지면서 제미니 협력의 향후 기항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21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제미니 협력은 올 초 유럽~아시아 항로를 12개 메인 허브항과 6개의 연계 허브항을 통해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인 허브항에는 싱가포르항, 탄중 펠레파스항 등이 포함됐지만, 부산항은 빠졌다. 이로 인해 해당 선사들이 부산항을 기항하지 않아 물동량에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제미니 협력은 부산항을 비롯해 베트남 붕타우항·하이퐁항, 태국 람차방항 등에 대형 모선급 셔틀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산항 화물 등을 전용 셔틀 선박을 통해 탄중 펠레파스항으로 모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셔틀 선박은 부산항을 출발해 중간 기항지 없이 바로 탄중 펠레파스항으로 간다. 기존 유럽 노선의 경우 부산항을 출발해 중국 2~5개 항만을 거치는데, 이러한 중간 기항을 없애 운송 기간을 줄이겠다는 게 제미니 협력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부산항과 유럽 로테르담항 간 운송 기간을 기존 45~50일에서 30일까지 감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부산항과 유럽을 오가는 수출입 물량은 그대로 처리될 예정이다. 다만 제미니 협력의 모선이 기항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적 물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부산항 환적 물량은 연간 10만 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로, 부산항 전체 환적 화물 중 0.8% 수준이다.

제미니 협력의 ‘셔틀 운송’ 전략은 부산항의 북미 노선에는 이득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제미니 협력은 부산항과 북중국 지역 간 전용 셔틀 노선 2개(천진·대련항-부산항, 칭다오항-부산항)를 운영할 예정이다. 북중국 지역에서 북미로 가는 화물이 부산항에서 환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 이응혁 국제물류지원부장은 “제미니 협력은 부산항 중심으로 북중국 셔틀 노선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면서 “비슷한 노선을 운영 중인 타 선사의 처리 물량을 볼 때 1개 노선당 연간 14만~17만 TEU의 신규 환적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제미니 협력의 이같은 전략이 성공할지 촉각을 곤두 세운다. 셔틀 노선에 대형 모선급(6000~9000TEU)을 투입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데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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