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 본사 야마구치은행, 38년만에 부산 철수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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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진에 38년 만에 철수
인건비 부담 등 9년 연속 적자
금융중심지 부산 무색해져

일본 야마구치은행 한국 본사가 영업 38년만에 부산에서 철수한다. 야마구치은행 철수로 부산은 외국계 은행 본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국제금융중심지가 됏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부산일보DB 일본 야마구치은행 한국 본사가 영업 38년만에 부산에서 철수한다. 야마구치은행 철수로 부산은 외국계 은행 본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국제금융중심지가 됏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부산일보DB

국제금융중심지 부산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외국계 은행 본사인 일본 야마구치은행 한국 본사가 영업 38년만에 철수한다. 부산에 외국계 은행 본사가 한 곳도 남지 않으면서 국제금융중심지 타이틀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 폐업 인가 신청을 심사한다. 야마구치은행은 지난 3월 부산지점 폐업 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관련 의견 접수를 받았다. 야마구치은행 한국 본사인 부산지점은 1986년 지점 설립 인가를 받은 지 38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야마구치은행은 일본 야마구치현을 기반으로 한 지방 은행이다. 3개의 은행을 산하에 둔 은행지주회사 ‘야마구치 파이낸셜그룹’의 계열사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총자산은 7조엔(약 61조 원)이다. 일본 현지 내 지점 및 출장소는 125곳이며, 해외 지점은 한국 1곳(부산), 중국 2곳(칭다오·다롄)이다.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은 수산물 수출입 관련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금융권에서는 누적된 적자와 늘어난 인건비를 은행이 감당하지 못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은 지난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산·경남 지역은행 영향력에 밀려 외국계 은행으로서 영업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도 철수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계 은행의 부산 탈출은 최근 들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021년 필리핀 메트로 은행이 철수했고, 비슷한 시기 중국 칭다오 공상센터 한국대표처가 서울로 통합됐다.

서울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 2022년 12월엔 글로벌 3대 신탁은행인 노스트러스트컴퍼니 서울지점이 폐쇄를 결정했다. 2021년엔 뉴욕멜론은행이 서울지점의 신탁 사업을 접었고,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그에 앞서 2020년 10월엔 캐나다 3위 은행인 노바스코셔은행이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 철수로 부산은 외국계 금융사 해외 본사 없는 이름만 국제금융중심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또한 신규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 계획이나 실적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사도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점포를 줄여가고 있고 특히 지역의 경우도 동아시아 등으로 지점 관리 범위를 키우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에 유수 해외 은행 본사, 분점 등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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