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금융도시' 무색한 유일 외국계 은행의 부산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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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은행 38년 만에 폐업
인센티브만으로 금융기관 유치 한계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부산국제금융센터가 건물 준공 10년을 맞아 입간판 등 정비가 절실하다. 하지만 BIFC 입주 기관들이 예산 투입에 난색을 표해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개보수가 필요한 부산국제금융센터의 입간판과 표지판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내 부산국제금융센터가 건물 준공 10년을 맞아 입간판 등 정비가 절실하다. 하지만 BIFC 입주 기관들이 예산 투입에 난색을 표해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개보수가 필요한 부산국제금융센터의 입간판과 표지판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외국계 은행인 일본 야마구치은행마저 떠난다고 한다. 야마구치은행은 3월 22일 한국 본사인 부산지점에 대한 폐업 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고, 금융 당국이 최근 관련 의견 신청을 받았으며 이달 중 폐업 인가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야마구치은행은 국내에서 부산지점 1곳만 운영하던 터라 이번 지점 폐업으로 한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게 되는 셈이다. 부산으로 보면 외국계 은행 본사가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되는 결과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 166개의 본사는 모두 수도권(서울 164개, 인천 1개, 경기 일산 1개)에만 위치하게 된다. ‘국제금융도시 부산’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된 상황이다.

야마구치은행은 1986년 부산에 진출해 38년 동안 수산물 수출입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왔다. 2009년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 부산에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부진과 인건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겹쳐 최근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이 금융중심지 지정 후 국제금융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있던 은행마저 빠져나가는 참담한 결과다. 2021년에는 필리핀 메트로은행이 철수했고 비슷한 시기 중국 칭다오 공상센터 한국대표처도 서울로 통합되면서 역시 부산에서 철수했다. 해외 금융기관이 부산에 진출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는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해 2020년 부산국제금융진흥원까지 설립하고 외국 금융기관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 16일에는 금융 당국과 함께 세계 금융중심지 뉴욕에서 투자설명회(IR)를 갖고 금융사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부산 금융중심지 세일즈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해외 금융기관의 부산 진출을 위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며 부산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있던 은행마저 떠나는 현실인데 해외 금융기관들이 부산 진출에 매력을 느낄지 미지수다. 결국 산업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센티브만으로는 해외 금융기관 유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국제금융도시 도약은 시가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글로벌 허브도시의 핵심 전략도 물류와 함께 금융이다. 시는 문현금융단지와 북항을 아우르는 25만㎡를 금융기회발전특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정부에 지정 신청한 상태다. 금융특구를 이끌 대형 금융기업들의 부산 이전과 대규모 투자 계획도 세웠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센터 지수가 지난해보다 6단계나 상승한 세계 27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실은 외국 은행 하나 없는 국제금융도시다. 한국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마당이다. 국제금융도시가 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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