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행정 vs 단체장 만능주의… 지자체 ‘직통 민원실’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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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해운대 이어 기장도 도입
민원 빠르게 해결 취지 ‘호응’
공무원은 ‘이중 업무’ 시달려
지속가능한 서비스 체계 필요

부산 해운대구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청 전경. 부산일보DB

최근 부산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운영하는 지자체장 직통 민원실을 둘러싼 반응이 엇갈린다. 민원을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져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지만,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공직사회에서 또 하나의 상급 기관이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운영하는 단발적 서비스를 넘어 지속가능한 민원 해결 서비스를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지난 1월 해운대구청에서 문 연 ‘구청장 직통 민원실’에는 주민 민원이 쏟아진다. 운영 3개월 만에 직통민원실에 접수된 민원은 총 369건으로, 평균 하루 6건 이상의 직통 민원이 들어온 셈이다.

해운대구청의 구청장 직통 민원 서비스는 구청 문턱을 낮춰 민원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구청장실에 만든 구청장 직통민원실에는 직원 2명이 상주해 현장에서 민원을 듣는다.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처리 지연 사유, 진행 상황, 처리 결과 등을 안내한다. 직접 찾아올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24시간 언제든 건의사항을 제기할 수 있는 문자 민원 서비스도 동시에 운영한다. 이렇게 접수된 민원은 구청장이 직접 확인한다.

지자체장 직통 민원실은 부산 지자체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기장군청도 이달부터 군수가 직접 현장에서 민원을 듣고 답하는 ‘2024 상반기 주민과의 대화, 찾아가는 현장민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행정복지센터를 군수가 직접 돌면서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군수가 직접 듣고 답하는 방식이다. 동구도 지난달부터 구청장과 주민이 일 대 일 대면 상담을 하는 야간 주민소통실을 연 데 이어 이달부터 구청장이 직접 현장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민생현장 주민소통실’을 운영한다.

직통 민원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은 높다. 지난해 사상구에서 운영한 ‘구청장 직소민원실’에서 한 해 동안 처리한 민원만 352건이었다. 높은 민원 접수 건수로도 확인되듯, 주민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빠르게 답변을 받을 수 있는 민원 서비스를 환영하고 있다. 해운대구 주민 이 모(36) 씨는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 부서를 일일이 거치면 민원 처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답답한데, 답변이 바로 오는 직통 민원실이 생겨서 반갑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직사회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악성민원으로 시달리는 가운데 민원을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생기면서 또 하나의 상급 기관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통 민원실로 접수되는 민원이라 해도, 관련 부서에서 해결해야 하는 만큼 접수된 민원은 다시 부서로 돌아온다. 부서에서 직접 받는 민원에 더해 직통 민원실 민원까지 직원들은 ‘이중 민원’에 시달리게 된다.

이벤트성으로 운영되는 지자체장 직통 민원실이 오히려 민원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지자체장 직통 민원실이 인기 영합주의식 정책으로 생겨나면 지자체 간 경쟁이 붙어 민원실 운영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며 “기존에도 민원이 많아 일 처리를 두고 불만이 나오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민원 창구는 필연적으로 서비스의 질 하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민원 서비스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추 정책부장은 “민원 처리 단계 별로 인력을 충원해 안내 서비스 등이 보완돼야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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