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인중개사 상가 권리금 중개 위법” 판결에 중개사들 반발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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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행정사법 위반 혐의 인정
중개업계 “현실 무시한 판결” 비판
헌법소원 청구, 법 개정 추진 나서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대법원이 ‘공인중개사가 상가 권리금 계약을 알선하고 중개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놓자 공인중개사 업계가 당혹해 하고 있다. 권리금 중개는 이미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관행인데도 불구하고 법적인 원리만 따져서 이같은 판결에 낸데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4월 12일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8월 한 어린이집의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면서 전 세입자와 새로운 세입자 사이에 오고 간 권리금에 대해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행정사법은 행정사가 아닌 사람이 권리 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업무를 업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다. 권리금 계약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권리금이란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보증금과 월세 외에 상가의 유·무형 가치를 평가해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주는 돈이다. 시장에서는 수십년간 지속돼온 일이다. 입지가 좋아 장사가 잘되거나 인테리어를 새로 한 경우 등에 값어치를 매겨 주는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이러한 권리금 거래를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권리금은 현재 공인중개사법에 규정된 중개사의 중개대상물은 아니다. 중개사의 중개대상물은 △토지 △건축물 그밖의 토지의 정착물 △그밖에 시행령으로 정하는 재산권과 물건이다.

대법원의 결정에 당장 부동산 중개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상가 권리금 중개도 관행적으로 공인중개사들이 해왔는데, 앞으로 행정사가 권리금 중개를 하라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행정사들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권리금 거래 실무를 행정사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연구원 김학환 원장은 “행정사는 중개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중개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을 책임질 공제제도도 없는데 시장의 관행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또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권리금을 공인중개사법상의 중개대상물로 명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법 개정에 긍정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가 권리금 거래를 임대차 계약과 따로 떼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중개를 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중개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하려고 한다”며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상가 권리금 거래와 관련한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중개 실무를 모르는 행정사에게 권리금 중개를 맡기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지만, 중개사가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법정 수수료율과 한도를 적용해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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