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색즉시공’이 무슨 뜻인가요?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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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 원영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표지.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 표지.

불교를 믿지 않아도 산사엘 한 번 가보지 않은 사람 없는 것처럼, 불법은 몰라도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경구 정도는 다들 들어보셨을 테다. 임권택 감독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를 보신 분을 찾으려면 난도가 조금 올라간다. 어쨌든 익숙한 이 모든 문구들은 54구 260자의 한자로 이뤄진 가장 짧은 불교 경전 ‘반야심경(般若心經)’의 구절들이다.

<이제서야 이해되는 반야심경>은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공(空)’의 가르침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불교 공부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불교 입문서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를 집필했던 원영 스님이 이번엔 하나의 경전에 좀더 집중한 책을 냈다. 물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 설명’은 그대로다.

‘반야심경’의 핵심 구절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을 우리말로 풀면 다음과 같다. ‘색(형상)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느낌)·상(생각)·행(의지를 품은 행동)·식(의식)도 그러하다.’ 이때의 ‘공(空)’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현상적으로 보면 있지만, 생성됐다 다시 소멸하는 것이므로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내 몸과 마음을 비롯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이것이 영원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것이 조금이라도 무너지거나 어긋나는 순간 괴로움에 빠진다. ‘반야심경’은 그 ‘착각’을 깨부수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나와 세상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서 내가 분별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뉴진스님의 ‘힙’한 퍼포먼스도 불교계에선 반가울 테지만, 어려운 교리를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책의 출간 역시 그 못지 않게 반가운 소식처럼 들린다. 원영 지음/불광출판사/304쪽/1만 8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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