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 또 감투싸움?…후반기 의장단 선거 앞두고 벌써 시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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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동수에 전반기 원 구성 파행
공전 거듭하다 여론 눈총에 합의
전반기 여당, 후반기 야당이 의장
7월 선거 앞두고 여당 말 바꾸기

거제시의회 본회의 모습.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 본회의 모습. 부산일보DB

사상 첫 ‘여야 동수’에 전반기 원 구성을 놓고 파행을 거듭했던 경남 거제시의회가 후반기를 앞두고 또 분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부원 현 의장이 연임 의지를 밝히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볼썽사나운 ‘감투 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최악의 경제난 속에 민생은 뒷전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내달 3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제246회 제1차 정례회를 끝으로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이어 7월 이후 개회하는 첫 본회의서 남은 2년을 이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한다.

2022년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제9대 거제시의회는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출발부터 파열음을 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석 대 8석’ 동수를 이룬 탓이다. 이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한 달 가까이 개원도 못 한 채 공전했다. 관건은 의장 선출이었다. 여야 동수로 양당 간 협조와 협력 없이는 의회 운영 자체가 어려운 만큼 의장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크고 막중했다.

국민의힘은 단체장이 여당 소속인 만큼 시정 효율성과 다선 우선의 회의 규칙, 4선 의원이 두 명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전·후반기 모두 여당 몫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제8대 의회 때 압도적 다수당임에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양보했던 선례를 상기하며 후반기 의장은 야당에 배려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의장 독식을 고집했고, 민주당이 등원을 거부하면서 의회 운영은 한 달 가까이 공전하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뒤늦게 접점을 찾았다. 당시 여당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합의서를 보면 전반기는 국민의힘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가져간다. 남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은 민주당 몫이다. 후반기는 반대다. 민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갖는다. 이를 토대로 전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이 말을 바꿨다. 윤부원 의장은 “의장단 선출은 교황식 선출 방식이다. 사전에 내정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벗어난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합의 파기다. 그러면서 스스로 의장 연임 의지까지 내비쳤다.

거제시의회 첫 소식지 ‘거제시의정’ 창간호 표지.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 첫 소식지 ‘거제시의정’ 창간호 표지. 부산일보DB

그러자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현재 민주당에선 최양희, 안석봉, 노재하 의원이 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한 의원은 “여당이 앞선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이번에도 원 구성은 파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여당 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후반기 의장 선거를 준비 중인 신금자 의원은 윤 의장을 겨냥해 “전반기에 한 약속을 지켜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4선으로 당내 최다선이다.

변수는 앞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에 연루돼 탈당한 무소속 의원 2명이다. 국민의힘 1명, 민주당 1명으로 이들 거취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다.

거제시의회 회의 규칙을 보면 의장은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과반수 득표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역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를 한다. 결선투표에서도 동표가 나오면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

반면 정치적 성향이 극명해 한쪽으로 힘을 싣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전반기와 같은 파행이 되풀이될 수 있다.

감투에 눈먼 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리다툼이나 하라고 균형을 맞춰준 게 아닌데, 한심하다”면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추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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