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품은 경남 사천시, 한국판 ‘툴루즈’ 꿈꾼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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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센터·항공산업 밀집 툴루즈
중소도시에서 항공 클러스터 우뚝
KAI·항공 관련 학교 있는 사천시
우주항공산업 집적도 고도화 야망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사천은 우주항공산업 주도 도시로 한층 더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 도로에 ‘우주항공청’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사천은 우주항공산업 주도 도시로 한층 더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 도로에 ‘우주항공청’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주항공청 개청을 맞아 경남도와 사천시에서는 낙후된 지역 산업 구조를 개편할 기회가 찾아왔다고 반기는 한편 세계적인 우주항공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도 가득하다.

경남, 그 중에서도 사천시는 서울에서 3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중소도시다. 인구는 지난 4월 기준 10만 8900여 명에 그쳤다. 경남 서부권 수부도시이자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진주시 인구가 34만여 명이다. 두 도시를 합쳐도 인구가 50만 명을 못 넘긴다. 사천시는 이미 인구 소멸 지역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이 사천에서 개청하는 것은 지역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당장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300명의 우수 인력이 사천에서 근무하고 이들의 가족이 함께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기존에 경남이 보유한 역량과 더불어 지역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기준 경남은 국내 항공산업 생산액의 75%, 종사자 수 69.8%를 책임지고 있다. 연 평균 성장률도 5%에 육박한다.

사천은 국내 우주항공산업 주도 도시로 한층 더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정비(MRO) 전문 업체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중심으로 80여 개의 다양한 우주항공 기업이 입지해 있다. 여기에 항공국가산단이 올 연말 준공돼 가동에 들어간다.

우주항공청은 앞으로 우주항공 분야 연구소나 기관, 기업이 지역에 자리 잡는 데 길잡이가 돼줄 수도 있다. 경남서부는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갖췄는데 우주항공산업이 산업 구조 고도화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경남도 역시 오는 2033년까지 8조 3천845억 원을 투입해 관련 기업 매출이 25조 원, 우주항공 선도기업 20개 육성, 산업고용 5만 3340명, 혁신 새싹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는 ‘경남 우주항공산업 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우주항공산업 컨트롤 타워인 우주항공청이 설립되고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필요한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성공적인 지역균형발전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우주항공 복합도시 구축 방안도 구상 중이다. 산업은 물론 연구와 국제 교류, 교육, 행정 등을 모두 집적화해 미국 시애틀이나 메릴랜드, 프랑스 툴루즈, 일본 아이치현 등과 같은 세계적인 우주항공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계획이다.

사천시의 롤 모델은 유럽을 대표하는 우주 선진국 프랑스의 툴루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앞서 메릴랜드와 툴루즈, 아이치현 등을 모두 벤치마킹했고, 이 중 툴루즈가 사천시와 조건이 가장 비슷한 것으로 파악했다. 툴루즈는 1960년대 초만 해도 평범한 중소도시였다. 그런데 1960년대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의 툴루즈센터(CST)가 설립되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 항공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툴루즈 인근에는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와 헬리콥터 제작업체 에어버스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툴루즈에만 우주 및 항공 관련 기업 400여 개에 전문 인력 1만 2000여 명이 근무한다. 프랑스 우주 관련 인력의 50%가 이곳에 상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립고등항공우주학교(ISAE), 국립항공대학(ENAC), 툴루즈대학교 등 여러 교육기관도 모여 있다.

사천시에는 현재 KAI를 비롯한 관련 기업은 물론,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거점 국립대인 경상국립대, 우주항공 분야 군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공군항공과학고가 위치해 있다.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 툴루즈 같은 우주항공 산학연 모델이 구현될 것이란 게 경남도와 사천시의 설명이다.

사천시 이숙미 우주항공과장은 “툴루즈는 프랑스 남단, 사천도 대한민국 남단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대학과 지자체, 연구기관이 집적화해 있다는 점도 유사한 구조”라며 “툴루즈가 프랑스 4대 도시로 성장했듯 사천도 KAI와 KASA를 중심으로 우주항공 복합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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