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남 최대 상권, 지금은 60%가 비었다
200여 개 점포 중 120여 곳 ‘공실’
브랜드 의류·유흥시설 사실상 전멸
보증금·임대료 대폭 낮춰도 답 없어
한때 진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이름난 상권이었던 진주 로데오거리의 부침이 심각해지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비싼 임대료를 감당 못한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났는데, 지금은 임대료를 대폭 낮춰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사거나 볼게 없다 보니 소비자 발길이 뚝 끊기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29일 진주로데오거리상인회에 따르면 현재 해당 상권의 점포 수는 약 200여 곳에 달한다. 단위 면적당 점포 수로만 놓고 보면 대도시 대형 상권 못지 않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운영 중인 점포는 80여 곳에 불과하다. 60% 이상이 비어있는 셈인데, 특히 2~3층 점포는 대부분이 공실이다.
남아 있는 점포들의 상황도 썩 좋지 않다.
로데오거리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패션스트리트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 의류 점포가 몰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의류 점포가 채 5곳도 되지 않는다. 건물 마다 있었던 주점·노래방 등 유흥시설도 사실상 ‘전멸’ 수준이다. 한때 불야성이라 불릴 정도로 밤 늦게까지 조명이 꺼지질 않았지만 지금은 오후 8~9시면 거리 전체가 컴컴한 실정이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휴대폰과 분식 점, 땡처리 매장, 미용실 정도인데, 이들 점포들도 대부분 임대료 맞추기에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데오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철 씨는 “예전에는 돈을 싸들고 여기 와서 장사를 하려고 했다. 길거리에 앉아서 돌을 팔아도 팔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권 전체가 죽은 느낌이다. 사실상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거리가 활성화되려면 일단 빈 점포가 없어야 하는데 상인들이 임대 계약을 꺼리고 있다. 워낙 유동인구가 없다 보니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공실률이 너무 높아지자 건물주들이 결국 임대료를 낮추고 있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로데오거리 15평 규모 점포들의 평균 보증금·임대료는 5000만 원에 월 250만 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점포는 보증금만 2억 원이 넘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금은 1000만 원에 월 100만 원에 불과하다. 경남혁신도시 등 다른 상권의 임대료가 평균 200~250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임대가 되질 않는 것이다. 남몰래 임대료를 50만 원까지 낮춘 건물주도 있지만 임대 딱지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로데오거리의 한 건물주는 “상인이 나가려고 하면 이제는 건물주가 빌다시피 해서 막아야 할 판이다. 건물을 비워두면 공동화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아서 임대료를 최대한 깎아주고 있지만 이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밖에서는 건물이 있으니 잘 사는 사람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다. 빚이 있으면 손해를 봐야 한다. 예전에는 임대를 고집했던 건물주들이 이제는 건물까지 내놓고 있다. 이러다 진짜 유령상권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등 나름 인구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2022년 마이무 푸드존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로데오거리 상권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주차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에 주차장을 만들고 있지만 이미 상권이 워낙 침체돼 얼마나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상인들은 좀 더 눈에 띄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름 뿐인 ‘차없는 거리’를 해제하고 낡은 인도나 도로도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실제 소비가 이뤄지는 젊은 층을 유인할 공공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무엇보다 전문가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원도심 상권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혁 진주로데오거리상인회 회장은 “총체적 난국이다. 한창 때에 비해 임대료가 10% 수준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 건물이 비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실상 임대료를 거의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외부에 대형 상권이 생기면서 유동인구와 상인 모두 사라졌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대책이 필요하다”며 답답해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