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오지 않고, 의료개혁은 갈 길 멀고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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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100일

전체 1만여 명 중 9% 정도만 근무
환자 어려움·불편 해소 대책 잠잠

공백 메운 PA 간호사법 처리 무산
정부, 22대 국회서 입법 노력 강조
755억 추가 투입 비상체계 유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부산 한 대학병원의 병실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29일 부산 한 대학병원의 병실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이 29일로 100일을 맞았다. 여전히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전공의 공백을 메꾸던 PA(진료 지원) 간호사 합법화 내용을 담은 간호법도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정부가 구상하는 의료개혁의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29일로 100일을 맞았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지난 28일 기준 699명이었다. 지난달 30일 577명과 비교해 한 달 동안 122명이 늘었다. 하지만 전체 전공의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 211개 모든 수련병원으로 확대해도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973명이다.

약 1만 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넘어서도 돌아올 기미가 없다는 뜻이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올해보다 1509명이 늘어난 4567명으로 최종 확정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데도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날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환자 어려움과 불편을 해소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정부와 의료계 양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자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응급, 중증외상, 중증소아, 분만, 흉부외과 등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며 개원의에 비해 수익이 적은 필수 의료를 살릴 방법을 찾아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시행해야 한다”며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나 집단행동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 간호사 합법화 또 불발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간호사들의 숙원인 ‘간호법’ 처리도 무산됐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간호법을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간협은 “여당과 야당, 정부가 수차례 약속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없다는 부끄러운 이유로 간호법 제정을 하지 못했다”며 “여야는 간호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간호사 약 2만 명은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의 업무나 지위를 분리해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 공백을 PA 간호사가 메우면서 주목을 받았다. 간호법에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PA 간호사의 진료 행위가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여있고, 전공의 공백 이후 특정 진료 행위는 임시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전국 병원에서 활동 중인 PA 간호사는 1만 명이 넘는다. 간호사 단체는 간호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도 보인다. 지난 23일 집회에서 간협 탁영란 회장은 “22대 국회가 열리고 의대 증원이 부른 의료 상황이 해소되면 간호사들은 또다시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22대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행 시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해 조속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총 755억 원 규모의 예비비를 추가로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파견, 시니어 의사 등 대체인력 채용, 전원 환자 구급차 비용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앞서 투입된 예비비는 상급종합병원에만 각종 수당으로 지급했는데, 앞으로 종합병원급과 수련병원까지 확대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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