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학교 있듯이 부적응 소년 맞춤형 시설도 있어야죠”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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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감호위탁시설 없는 부울경

대전 ‘6호 시설’ 효광원에 가 보니
위탁 95명 중 22명이 부울경 출신
1984년부터 일찌감치 운영 시작
부산선 수차례 설립 논의 물거품
기피 시설로 여겨 부지 확보 안 돼

부산·울산·경남에서 6호 처분 결정을 받은 남자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보호치료시설인 대전 동구 효광원. 김성현 기자 kksh@ 부산·울산·경남에서 6호 처분 결정을 받은 남자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보호치료시설인 대전 동구 효광원. 김성현 기자 kksh@

지난 9일 오전 10시 대전 동구 효광원. 이날 교육관 2층 제과제빵 실습실에서 5명의 남자 청소년이 피자빵을 만들고 있었다. 손놀림은 어색했지만 아이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지도 교사 말을 따르고 있었다. 이날 대강당에서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심리 안정 프로그램의 하나인 시청각 자료를 보고 있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탁구 등 여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 10대 소년은 “선생님의 관심 덕분에 처음으로 더 사고를 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랑자를 위한 시설이었던 효광원은 1984년부터 아동복지시설인 보호치료시설로 운영 중이다. 소년법에 따라 6호 처분 결정을 받은 남자 아이들이 생활한다. 부울경에서 6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오는 곳이다. 전국 6호 시설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크다. 이날 기준 효광원은 정원 100명 중 95명이 입소해 있었다. 부산 5명, 울산 7명, 창원 10명 등 부울경에서 온 청소년은 22명이 있었다. 이는 시설이 위치한 대전(6명)보다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전체 인원 중 학업을 중단한 아동도 30% 정도 있다. 효광원은 바리스타반, 컴퓨터반, 이용반, 도배반 등 다양한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업을 위한 검정고시반도 운영한다.

효광원 관계자는 “심리 치료, 인성 교육,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교육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퇴소 후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자립을 돕고 있다”며 “확실히 부산 아이들은 남자답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다른 지역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부산가정법원은 2011년부터 부산에 6호 시설을 만들기 위해 부산시, 부산교육청 등 관련 기관 등과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관할 지자체가 아동보호치료시설 설치 신고를 수리하면 가정법원이 지정하는 방식이지만 부지 확보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재단법인 천주교 살레시오회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3개의 남녀 6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부산에서 부지만 마련되면 옮길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과거에 부산시 관내 특정 지역에 6호 시설을 설치하려고 시도하다가 지역 주민이 반대해서 좌초된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주민 기피시설이다 보니 부지만 마련된다면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6호 시설은 민간 위탁 구조로 운영되는 점도 시설 확충을 막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 영역이 관리할 때보다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년보호사건 교정시설인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의 경우 법무부가 일관된 관리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6호 시설로 청소년을 보내는 곳은 법원이지만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시설로 분류돼 법원은 예산 운용 권한이 없다. 보건복지부 역시 아동복지법상 시설 설치 기준·인가에 관한 사항만 정할 뿐 시설·예산 운영 사항은 다루지 않아 관할 지자체도 주로 운영 지원 예산 감시만 다룬다.

6호 시설을 전담해 감독하는 행정기관이 모호한 상황에서 정원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져도 어느 한 곳이 나서기 모호한 상황이다. 게다가 소년범 교정 시설이라는 인식으로 지역 사회에서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어 지자체가 적극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효광원 김현 원장은 “부산 정도 되는 인구와 규모를 감안하면 남자 6호 시설이 하나도 없는 점은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부산가정법원장 출신인 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는 “영재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도 필요하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도 절실하다”며 “학령 인구 감소로 폐교가 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폐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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