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경력직 청년들, 부산에 돌아오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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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부품 업체 1년 근무 뒤
성우하이텍 입사한 20대 청년 등
외국서 일하다 부산 ‘유턴’ 늘어
해외 취업자 중 30% 부산 출신
5명 중 3명은 국내 돌아와 정착
지역 뿌리내릴 수 있게 지원해야

해외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부산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 지난 28일 부산 동구 유라시아플랫폼에서 열린 ‘부산 글로벌 잡매칭데이’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을 보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해외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부산 기업에 취업한 청년들. 지난 28일 부산 동구 유라시아플랫폼에서 열린 ‘부산 글로벌 잡매칭데이’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을 보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해외 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은 청년들이 부산으로 속속 ‘유턴’하고 있다. 일부는 수도권에 취업했다가 고향으로 복귀해 지역 경제 일원으로 한몫한다. 해외 취업 경험을 갖추고 국내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30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의 해외 취업 프로그램(K무브) 등의 지원으로 해외로 나간 졸업생 5명 중 3명은 경력을 쌓은 뒤 국내로 돌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졸업생들 상당수가 미국을 선호하지만,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달리 미국의 경우 취업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 대부분 인턴으로 1년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로 진출하는 부산 청년들의 수는 압도적이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분석 결과 2020~2023년 부산지역 대학 졸업생 중 해외 취업자 수는 1272명으로, 전국 해외 취업자 수(4118명)의 30.9%에 달한다. 뒤이은 서울(743명)과 큰 격차를 보인다. 지역 경기 불황으로 인해 취업 문이 좁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부산외대의 사례처럼 정부의 해외 취업 지원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자체 해외 취업 연수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해 해외 취업 네트워크를 공고히 한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부산외대 김예겸 학생진로처장은 “어려운 취업 환경은 지역 청년들이 해외에서 길을 찾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항만, 물류 등 부산의 지정학적 환경은 수도권에선 접할 수 없는 해외 진출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 취업에 나선 청년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2021년 동아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김성봉(27) 씨는 지난해 초 성우하이텍에 입사했다. 앞서 김 씨는 졸업을 앞두고 학교의 K무브 과정을 통해 반 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친 뒤 2021년 3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서 1년간 일한 ‘해외파’다. 김 씨는 “미국 회사 취업 경험 덕분에 품질관리에 관심이 크게 생겼고, 취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해외 취업으로 경험을 쌓은 뒤 국내로 돌아온 이들 상당수는 부산에 정착한다. 동서대 국제통상학과 졸업을 앞두고 K무브 과정을 밟은 김하림(25) 씨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 뉴저지에서 1년간 근무한 뒤 부산으로 복귀해 선박회사를 거쳐 관세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무역 관련 분야의 경우 굳이 수도권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부산에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동서대 국제통상학과를 나와 K무브 과정을 거친 서용식(30) 씨도 미국 LA의 대형 마트에서 업무 경험을 쌓은 뒤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외대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복수전공한 백지은(24) 씨 역시 지난해 미국 뉴욕의 한 물류 회사에서 6개월간 근무한 뒤 부산의 한 여행사에 자리잡았다.

서울로 취업했다 부산으로 유턴한 사례도 있다. 2019년 동아대 국제무역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5월 미국 LA로 출국한 이슬(28) 씨는 취업했던 물류 포워딩 회사에서 잔류를 권유했지만 귀국했다. 그는 취업 경험을 살려 서울의 한 유명 중국계 선사에 합격했다. 하지만 서울 체재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부산행을 결심했다. 부산의 한 물류 관련 기업에 재직 중인 이 씨는 “고향에서 일하는 데다 일도 많이 배우고 영어를 업무에 계속 쓸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에도 숨은 기업들이 많은데 덜 알려져서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김하림 씨는 “지역에 알짜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지역의 숨은 기업들이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슬 씨는 “글로벌 기업이 부산에 많이 유치되면 더 많은 청년들이 부산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도시에 비해 해외 취업률이 월등히 높은 부산 청년들이 해외 취업 경험을 쌓은 뒤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대학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시 차원에서 예산이 투입된다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아대 나웅 취업지원실 팀장은 “지역에선 해외 취업이 또다른 기회”라며 “시 차원에서 전반적인 관리를 지원해준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는 지역 청년과 일본·싱가포르 우량기업과의 매칭을 통해 해외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부산 글로벌 잡매칭데이를 개최하는 동시에 해외 취업 경험을 쌓은 뒤 부산으로 귀국한 청년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산업인력공단, 지역 대학들과 협업할 방침이다.

부산시 남정은 청년산학정책관은 “해외 취업 경험을 가진 부산 청년들이 부산으로 유턴하는 것은 물론 해외로 진출한 부산 기업에도 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관련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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