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안 받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네타냐후 총리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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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국제사회와 시위대
연일 휴전안 수용 촉구 압박
“하마스와 협상 땐 연정 포기”
정부 내 극우파 정치인 반발

지난 1일 텔 아비브 시민들이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에 납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텔 아비브 시민들이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에 납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9개월 차로 접어드는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여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인질 가족, 반전 시위대 등 휴전안 수용을 요구하는 국내외 압박이 거센 가운데 휴전안을 받아들일 경우 연립정부를 와해시키겠다는 극우파의 위협에 직면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보수주의자로서 오랫동안 개인적, 정치적, 국가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갈등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극명한 선택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선택지는 극우 정파와 함께 꾸린 강경 매파 정권을 유지하느냐와, 자신과 이스라엘이 갈수록 심화하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들을 데려오느냐로 나뉜다.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전격적으로 이스라엘이 고안한 새로운 휴전안 내용을 공개하자 어느 때보다 정치적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휴전안 수용을 강하게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스라엘에 이 휴전안에 동의하지 않고 전쟁 지속을 촉구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인질은 그들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어떤 압박이 오더라도 이 휴전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휴전안 수용 압박이 만만치 않다. 새로운 휴전안 내용이 전해진 뒤 1일에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12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휴전안 수용 및 네타냐후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 역시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네타냐후 총리와 정부의 협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실권이 없고 상징적 지도자 역할을 하지만, 국민적으로 합의된 여론을 반영하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당장 연정 내부에서 휴전안에 대한 강한 비토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하마스를 제거하지 않고서 전쟁을 끝내는 협상을 체결하면 연정을 무너뜨리겠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새 휴전안 발표 이후 자국 협상단에 휴전안 제시를 승인했다고 확인했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이스라엘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는 추가 성명을 내놓은 것은 이러한 정치적 위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일부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입지 유지를 위해 휴전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레우벤 하잔 히브리대 교수는 NYT에 “네타냐후는 선택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상 극단주의 광신도 편을 들어왔다”며 “네타냐후는 미국에 ‘예, 하지만…’이라고 말한 뒤 하마스가 휴전안을 거절할 때까지 기다리는, 가능한 한 오래 끌고 가는 법도 배웠다”고 분석했다.

친팔레스타인 대학가 시위가 들불처럼 퍼졌던 미국 내에서는 친이스라엘 시위가 열렸다. 2일 뉴욕 맨해튼 시내에서는 수백명이 ‘이스라엘의 날 퍼레이드’에 참가해 이스라엘이 정당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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