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중앙아시아 3국 순방서 경제외교부터 대북 메시지까지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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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독립기념탑에 헌화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독립기념탑에 헌화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외교’ 외에도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11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 정부와 기업 간 8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가스전, 플랜트 사업 등을 더해 약 60억 달러(약 8조2500억 원) 규모의 수주가 기대된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현대엔지니어링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공사·화학공사와 각각 체결한 ‘갈키니시 가스전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와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 정상화 2단계 협력합의서’ 체결을 핵심 성과로 꼽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09년 갈키니시 가스전의 1차 탈황설비를 수주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가 체결됐고, 우리 기업이 다시 한번 투르크메니스탄 내 에너지 개발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는 현대엔지니어링·LG상사 컨소시엄과 우리나라 중소기업 124곳이 주도적으로 건설한 대규모 가스화학 단지이자, 투르크메니스탄 최초의 가스화학 플랜트다. 지난해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플랜트가동이 중단되자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3단계의 정상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1단계 ‘기술감사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미 수주했으며, 2단계 ‘재건 사업’과 3단계 ‘가동·유지보수 사업’ 역시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국영 일간지 ‘예게멘 카자흐스탄’ 등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카자흐스탄과 같은 국가들이 그동안 굳건하게 수호하며 발전시켜 온 국제 비확산 레짐(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카자흐스탄을 비핵화 모범 국가로 치켜세우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을 “냉전 시기에 수백 번의 핵실험이 이루어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독립 후 소련으로부터 받은 다량의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폐기한 세계적인 비핵화 모범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비핵화와 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모델이 북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붕괴된 구소련으로부터 핵탄두 1400여 개에 더해 핵실험장, 우라늄 광산과 원자로 등을 물려받으면서 당시 핵보유국 4위 자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체제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대가로 1994년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한 데 이어 1995년에는 핵무기 전량을 러시아에 넘겼다. 동시에 핵시설과 핵무기 발사시설도 해체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투르크메니스탄 일정을 마친 뒤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 2박 3일간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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