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가슴곰, 농장 습격 “민가 덮칠라” 주민들 조마조마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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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산청군서 염소 1마리 죽어
지난해 8월 이어 동일 농장 피해
사냥 욕구 많은 개체 등 추정
100여m 거리 민가 주민 불안

지난해 반달가슴곰 축사 침입 당시 CCTV 모습. 울타리만큼 큰 곰이 축사 쪽으로 이동 중이다. CCTV 화면 캡쳐 지난해 반달가슴곰 축사 침입 당시 CCTV 모습. 울타리만큼 큰 곰이 축사 쪽으로 이동 중이다. CCTV 화면 캡쳐

멸종위기종 1급인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자락의 한 염소농장을 습격해 염소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농장은 지난해에도 반달가슴곰 습격으로 염소 여러 마리를 잃었는데, 인근 주민들은 곰이 민가를 덮치지 않을까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과 피해 농민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삼장면 한 염소농장에서 염소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당시 농장 주인이 축사 주변을 둘러보던 중 계곡 근처에서 사체를 확인했다. 농장 주인은 이번 일이 반달가슴곰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정도를 제외하면 염소 정도 되는 크기의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개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역시 반달가슴곰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농장은 지난해 8월에도 반달가슴곰의 습격을 받아 다수의 염소를 잃은 전례가 있다. 당시 CCTV에는 농장 안에 반달가슴곰이 침입해 염소를 사냥하는 모습이 찍혔다. 염소 3마리가 사체로 발견됐고 7마리 이상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농장 주변에 전기 울타리가 설치되면서 올해는 농장 침입까지는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방목 중이던 염소는 곰의 습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 농장주 우여량 씨는 “지난해에도 반달가슴곰이 농장에 들어와 염소를 물고 달아났고 계곡에서 사체가 발견됐는데, 동일한 곳에서 같은 일이 반복됐다. 축사 내부까지는 침입하지 않았다. 외부에 있던 개체가 사냥을 당했다는 것은 야생에서 사냥을 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위험도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이 축사를 잇따라 습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달가슴곰은 통상 살아 있는 생명체를 먹이로 삼지는 않는다. 겨울잠에서 깨는 초봄에는 새순 등을 먹지만 이후에는 주로 열매나 작은 곤충을 먹고 산다. 여름철에는 먹잇감도 풍부해 민가로 내려오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격한 곰이 같은 개체일 수도 있지만 아직은 확인이 되질 않는 상태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관계자는 “일단 추적 장치가 없는 개체로 확인된다. 원래 없었던 개체일 수도 있지만 고장이 났거나 떨어져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곰의 동선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습격 원인을 놓고는 다양한 추정이 나온다. 일반적인 반달가슴곰과는 달리 사냥 욕구가 많은 개체일 가능성과 영역 다툼에서 밀린 개체일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충북대 정동혁 야생동물의학과 교수는 “동물은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지며 그걸 규정화해 단정 짓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반달가슴곰의 식단이 육식 비중이 낮긴 하지만 모든 개체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동물 움직임은 먹이 활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위험성이 없다고 느끼면 축사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당 농장과 민가와의 거리는 100여m에 불과하다. (사)반달곰친구들 윤주옥 상임이사는 “이번 반달가슴곰은 좀 특별한 사례로 판단된다. 주민 불안감도 있을 것 같고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04년부터 시작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으로 현재 지리산에는 89마리의 곰이 서식 중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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