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협 끝없는 대치… ‘진료명령’ 강공에 ‘전면 휴진’ 독려 맞불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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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투표서 73% 단체행동 찬성
부산 지역도 의료 공백 우려 고조
개인 사업자 개원의 참여가 변수

서울아산병원도 총회를 열고 휴진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빈 침상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서울아산병원도 총회를 열고 휴진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빈 침상들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18일로 예고된 의료계의 집단 휴진에 대응해 또다시 행정명령 카드를 꺼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정대로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가 한층 첨예해지고 있다.

부산 지역 개원의들 역시 상당수가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대학병원에 이어 동네 병의원까지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0일 정부의 행정명령 발동 후 전체 회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부가 또다시 위헌·위법적인 행정명령으로 휴진 신고 명령을 발령하고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있다”며 “결코 비겁한 의료 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을 것”이라며 전국 개원의들이 오는 18일 전면 휴진에 동참해달라고 독려했다.

정부가 이날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내리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의협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법 처리를 검토하는 등 엄정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의협의 강경 기조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의협이 집단 휴진 및 총궐기대회 결의에 앞서 지난 4~7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는 투표 참여자의 73.5%가 휴진 등 단체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실제 휴진 규모가 얼마나 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일단은 유례없는 대규모 의대 증원과 정부의 의료개혁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과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이번에는 전국의 개원의들이 휴진에 대거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 지역에서도 상당수 개원의들이 의협 지침에 맞춰 휴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인 사업자인 개원의들로서는 하루만 쉬어도 손실이 큰 만큼 실제 진료를 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개원의 휴진율이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진료 거부 예고일 하루 전(17일)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겠다는 정부 방침도 변수다.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협이 벌인 총파업 당시 첫날 휴진율은 33%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대학병원 교수들이 휴진 동참 의사를 밝히고 나서 집단 휴진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부산 지역 대학병원 가운데 집단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곳은 아직 없지만, 부산대병원 교수협의회가 지난 10일부터 집단 휴진 동참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12일 정기총회를 열고 18일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한다.

이처럼 동네 병의원을 넘어 대학병원들까지 휴진에 동참할 경우 환자 불편 가중 등 심각한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부산 16개 구·군이 관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발령한 상태”라며 “집단 휴진 등에 대응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산의료원 가동률을 높이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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