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문자’ 소동까지 등장한 여당 진흙탕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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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공방’ 난타전에 책임 전가까지
국민 피로만 가중, 반성·쇄신 나서야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요동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당 대표 후보, 나경원 후보, 원희룡 후보, 윤상현 후보.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요동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당 대표 후보, 나경원 후보, 원희룡 후보, 윤상현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전투구 양상이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 대표 후보에게 보냈다는 문자다.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4·10 총선을 이끌던 당시, 김 여사로부터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싶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다른 당권 주자들이 한 후보에게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 후보는 공개된 문자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문자 공개는 전대·당무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생 안정과 국가 비전을 살피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이런 퇴행적 공방에 빠진 집권 여당의 모습이 한심스럽다.

논란의 문자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공개됐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등의 메시지를 한 후보에게 다섯 차례 보냈다고 한다. 한 후보가 문자를 읽고도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아 김 여사는 모욕을 느꼈고 윤석열 대통령도 격노했다는 전언이다. 당 안팎에서는 한 후보의 행동이 해당 행위로 지목됐고, 심지어 한 후보 사퇴와 관련된 ‘연판장’도 거론되는 형편이다. 하지만 한 후보의 말은 다르다. 문자 내용은 김 여사가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과하기 힘들다는 것이 요지였다는 게 한 후보의 설명이다. 결국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 비화해 이를 둘러싼 난타전이 이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의 간과할 수 없는 본질적 측면은 따로 있다. 대통령 부인과 여당 최고 책임자가 사적인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공직자 신분이 아닌 영부인이 정부·여당 인사들과 직접 접촉하는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인사나 공천, 당무 등에 대한 개입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리고 6개월 전 문자가 지금 공개됐는데, 그 시점도 의아하다. 친윤 진영은 문자를 무시하고 당정 갈등을 유발한 한 후보에게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문자 공개가 만약 전당대회를 흔들기 위한 모종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면 이는 더욱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문자 원문이 공개되지 않아 총체적 진실은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당내 싸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자기성찰보다는 책임 전가에 여념이 없고, 이런 와중에 다른 당권 후보들은 반사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정책 경쟁이나 미래 비전 설계는 실종되고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경쟁만 난무하는 집권 여당의 행태에 어떤 국민이 박수를 보내겠는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소수 여당이 존재감을 회복하는 길은 뼈를 깎는 반성과 철저한 쇄신밖에 없다. ‘환골탈태’ 말고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 달리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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