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자해하는 딸이 걱정인 승희 씨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성범죄 피해 뒤 우울증 앓는 딸
남편은 빚만 남긴 채 이혼 요구
“우울증은 병 아닌 날씨 같은 것”
딸과 책 읽으며 맑은 날 기다려

“우울증은 병이 아니야, 날씨 같은 거야. 폭풍우가 치는 날이 있고 맑은 날이 있는 것처럼 너의 마음도 그런 거야. 그러니까 우리 같이 힘내보자”. 캄보디아 출신으로 한국어가 서툰 승희(가명) 씨지만, 오늘도 다정한 말투로 딸을 위로합니다. 승희 씨에게는 아픈 딸이 하나 있습니다. 아빠를 닮아 선천적으로 눈이 좋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딸은 시력 장애로 인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를 진학해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 잘 적응하나 싶어 안심하던 어느 날, 딸에게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딸은 친구의 소개로 채팅 앱을 접하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은 자신의 이름과 학교를 채팅 상대에 말해 성범죄에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딸이 수상해 추궁해 알아낸 사실입니다. 그 길로 경찰에 신고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딸은 피해자지만 학교에 소문이 나거나 자신이 보낸 사진이 퍼질까 두려움에 떨었고, 그날 이후로 자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로 남편과 아이를 잘못 키웠다며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는 날이 잦아졌고, 딸의 불안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결국 딸의 자해 수준이 도를 넘어 병원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딸은 입원 치료에도 적응하지 못해 1인실에서 진정제를 맞으며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당장 죽을 것 같다는 딸을 외면할 수 없어 치료를 다 마치지도 못한 채 퇴원해야 했습니다.

딸은 한동안 병원에 입원시킨 승희 씨를 용서하지 못했고 원망했습니다. 그 무렵 남편은 하던 일마저 풀리지 않았고, 과도한 부채만 남긴 채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승희 씨는 남편을 믿고 바다를 건너와 딸을 낳고 비로소 보금자리가 생겼다고 믿었는데, 한순간에 길을 잃고 희망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승희 씨는 엄마이기에 힘을 냈습니다. 딸과 함께 병원 외래 치료와 심리 치료를 받았고, 승희 씨는 우울증과 관련된 강의나 교육을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는 딸과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으며 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했습니다. 딸은 현재도 마음이 좋지 않으면 자해합니다.

요즘에도 승희 씨의 딸은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불안감에 학교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러나 승희 씨는 묵묵히 딸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습니다. 딸도 그런 승희 씨의 마음을 알고 더 나아지기 위해 독한 약을 먹으며 내일을 기대합니다.

며칠 전 승희 씨는 도서관에 들러 좋은 글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울증은 병이 아니다. 날씨와 같은 거다”. 승희 씨는 딸에게 말해줬고 딸은 반색했습니다. “나 병이 아닌 거야? 맑은 날이 언젠가 오겠지? 나도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어. 엄마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승희 씨와 딸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맑은 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금정구청 사회복지과 문지연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QR코드를 스캔하면 댓글 게시판으로 이동하고 댓글 1건당 부산은행이 1000원을 기부합니다.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15분에 방송됩니다.

▣ 이렇게 됐습니다 - 지난 5일 자 영숙이

지난 5일 자 ‘뇌병변 장애 엄마와 사는 영숙이’ 사연에 후원자 104명이 683만 326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을 통해 191만 8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엄마의 약 처방을 받는 데 쓸 예정입니다. 영숙이 엄마는 “저보다 더 어려운 분도 있을 텐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영숙이가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이가 되도록 키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