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R의 공포’에 글로벌 증시 일제히 폭락 ‘쇼크’
코스피 주식 현물 1조 넘게 투척
일 장중 7%대 급락 거래 일시 중지
가상화폐도 20%까지 낙폭 키워
미 불황에 유가도 하락세 돌아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증시와 가상화폐는 하락세를 멈출 기미가 없다. 중동 확전 우려에도 유가는 하락하는 등 글로벌 패권 국가 미국이 기침을 하자 전 세계가 독감에 걸린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을 1조 5283억 원, 코스피200선물을 1조 5966억 원 순매도하는 등 무차별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코스피가 3.65% 급락한 지난 2일 현물 순매도액이 8478억 원에 달했던 데 비해 2배 가까운 매물이 나올 정도로 매도세가 더욱 거셌다. 특히 이는 올해 들어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한 지난 5월 31일 1조 3368억 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이기도 하다.
국내 증시가 연중 고점을 찍은 뒤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총 4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주식를 끌어내렸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 순매도액의 약 4배 가까운 규모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액은 총 22조 9000억 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8년 이후 최고치다. 이전 최대치가 2004년 상반기 12조 2400억 원이었던 데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 6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859조 2000억 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30% 비중을 차지했다.
증시 급락을 유발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주가 조정과 더불어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등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지분 축소, 엔비디아의 신제품 설계 결함설 등 다수의 악재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중동 지역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유가를 끌어내리는 등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유가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1% 하락한 배럴당 76.77달러를 기록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0.2% 하락한 배럴당 73.39달러를 기록했다.
또 지난주 등락을 거듭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던 금도 이날 1% 이상 떨어지다가 상승 마감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17% 급락해 5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낙폭이 20% 넘게 벌어져 2200달러 선이 붕괴됐다.
아울러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4451포인트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12.4% 하락한 3만 1458에 장을 마감했다. 이전 거래일인 지난 2일에도 2246포인트 급락했던 닛케이지수의 이날 낙폭(4451포인트)은 3836포인트가 떨어졌던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어 가장 컸다. 닛케이는 이날 주가 폭락에 대해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통계에 따른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