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민중미술과 밈(M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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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민중미술의 한 역사' 컨아밈 '누구나, 아무나'

이인철 '민중미술의 한 역사'(위쪽)와 컨아밈 '누구나, 아무나'.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이인철 '민중미술의 한 역사'(위쪽)와 컨아밈 '누구나, 아무나'.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약 한 달 전 종료한 부산현대미술관 ‘능수능란한 관종’전에는 부산 출신의 민중미술가 이인철의 주요 작품과 동시대 미술에 관한 밈을 생성하는 컨아밈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나는 의도적으로 이 작품들을 같은 공간에 배치했는데, 민중미술과 밈 사이에서 어떠한 유사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인철의 작품은 노동자의 고통과 투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인철의 작품은 물리적 공간(거리, 광장, 혹은 전시장)에서 대중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미술이 가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상기한다.

반면 컨아밈은 가상의 공간에서 이를 실천한다. 컨아밈은 2022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시대 미술과 예술 전반을 둘러싼 부조리와 제도적인 문제 그리고 예술가로 생존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구질구질한 난처함들을 주제로 밈을 제작하여 농담삼고 발언하고 실천한다.

민중미술과 밈은 각기 다른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지만, 두 미술 형식 모두 대중의 참여와 소통을 중심으로 대중의 집단적 감정과 경험을 반영하고,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시각적으로 민중미술과 밈은 알아보기 쉽고 강렬한 이미지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민중미술은 대개 벽화, 걸개, 깃발, 포스터 등의 형태로 제작되어 대중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공간에 위치하며, 단순하고 명확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통해 누구나 쉽게 작품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밈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며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밈은 짧고 간결한 형식으로 제작되며, 유머와 풍자를 통해 즉각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 목표이다. 작품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두 미술 형식이 공유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차이점도 존재한다. 민중미술가들은 대개 특정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활동하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직접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반면, 밈 제작자들은 주로 디지털 공간에서 활동하며, 그들의 창작물은 더욱 빠르고 널리 퍼질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밈은 더욱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다룰 수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밈은 대중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중미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민중미술은 여전히 강력한 물리적 현존감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의 기억을 담은 민중미술 작품들은 물리적 공간에서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이처럼 밈과 민중미술은 각각의 특성과 강점을 바탕으로 공존할 수 있으며,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에서 동시에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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