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거래소 금융중심지 부산 밀착·기여 확대하길
내년이면 본사 부산 이전 ‘20주년’
직원정주 늘리고 지역투자 넓혀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5월 정부 밸류업 정책에 대한 거래소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부산 본사의 실질적인 기능 회복을 위해 지역에 대한 투자와 기여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내년 부산 본사 이전 20주년을 맞아 부산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역경제 사업과 금융 관련 R&D 기능 유치를 고려해 볼 때가 됐다’고 주문했다. 부산 본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출장소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직은 부산에 있는데도 주요 인력은 서울에 상주하는 구조적 전도 현상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달 실시된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조직 개편은 부산 본사에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거래소에 상장된 각종 지수를 개발·관리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조직으로, 주요 수익 부서를 한 데 묶어 안정적인 수익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더해 부산시의 블록체인 정책과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감을 키운다. 결국 거래 시장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의 ‘미래 싱크탱크’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조직 개편 규모에 따라 부산의 근무 인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 나오는 것도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직 개편은 일단 환영할 만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늘 그렇듯 ‘보여주기식’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도 부산에 새로운 부서가 만들어질 때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요 인력들이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돼 ‘반쪽짜리 개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곤 했다. 지금도 거래소 이사장과 경영지원본부는 서울에 상주한다. 부산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봐야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역 시민사회가 ‘부산 본사 기능 되찾기 운동’을 선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부산 본사에 만들어진 조직이 지역 사회에 이렇다 할 이바지를 못하는 이상 거래소의 위상 강화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래소는 내년이면 본사 부산 이전 20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금융중심지를 꿈꾸는 부산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그동안의 모습들을 진지한 자세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는 만큼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등 분야에서 각종 어려움도 예상된다. 거래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인데, 부산 본사 직원의 정주 비율을 높이고 금융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변화의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부산시, 부산상의, 시민사회와 함께 부산의 금융중심지 도약에 참된 노력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여기서부터 근본적인 변신의 계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