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중개로 20억 손실… 수사선상 오른 공동어시장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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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중도매인 2명 파산 여파
보증금 초과 거래 용인하다 탈
"원칙대로 하면 거래 뚝 떨어져”
해경, 관련자들 잇단 소환 조사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장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전국 최대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이 최근 중도매인 파산으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어긴 채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드러나 해경도 내사에 착수했다.

1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어시장은 지난 6월 소속 중도매인 2명이 파산하면서 이들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 약 20억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어시장은 미리 모아놓은 대손충당금(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한 돈)으로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재무 상황의 악화가 불가피하다.

어시장은 선사와 중도매인 간 거래가 경매로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독특한 정산 구조를 가진다. 중도매인은 구매한 수산물 대금을 직접 선사에게 건네지 않는다. 어시장이 먼저 선사에게 대금을 주고, 이후 중도매인이 어시장에 정산하는 식이다. 대신 중도매인은 어시장에 ‘어대금’이라 불리는 보증금 명목의 돈을 맡겨야 한다. 어시장도 향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보증금 이하로만 거래하도록 규정한다. 거래를 중개한 어시장은 매매액의 3.4%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러나 내부 규정에도 불구하고 어시장은 보증금 초과 거래를 수십 년째 관행처럼 이어왔다. 중도매인에게 보증금 증액을 요청하거나 거래액을 제한하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부 중도매인은 보증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까지 거래한다는 소문마저 업계에 파다했다.

결국 아슬아슬한 거래는 중도매인들이 파산하며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어시장은 파산한 중도매인들을 상대로 대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법원은 어시장이 보증금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어시장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부산해경은 어시장 관계자를 잇달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며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시장은 경매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매출 증대 효과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어시장 관계자는 “중도매인이 보증금 범위 내에서만 거래하도록 해야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경매 규모가 뚝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대화 사업 이후 부산시가 어시장 거래를 투명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어시장은 5개 수협이 공동 출자한 민간 법인이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현대화 사업이 끝나면 공공성을 띤 ‘중앙도매시장’으로 바뀌며 관리 주체도 시가 된다. 부산 한 수산업 관계자는 “전국 수산물 30%를 유통하는 어시장은 지역 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부실하게 운영돼 수산업계가 흔들리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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