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만들 때마다 작품성과 흥행성 중간 찾으려 고민"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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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엑시트·모가디슈 등 제작
제작·마케팅 등 30년 영화 외길
영화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느낌
대중 공부하며 좋은 영화 만들 것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영화 '베테랑' '엑시트' '밀수' '모가디슈' '베를린' '부당거래' 등을 관객에 선보인 베테랑 영화인이다. 외유내강 제공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영화 '베테랑' '엑시트' '밀수' '모가디슈' '베를린' '부당거래' 등을 관객에 선보인 베테랑 영화인이다. 외유내강 제공

영화 ‘베테랑’ ‘엑시트’ ‘밀수’ ‘모가디슈’ ‘베를린’ ‘부당거래’…. 충무로 대표 영화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이들 작품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제작사 외유내강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지난 2005년부터 남편인 류승완 감독과 함께 외유내강을 이끌고 있는 강혜정 대표는 한국 영화계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0년 중반 충무로에 발을 디뎠으니, 어느덧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영화 현장을 지키고 있다. 최근 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극장에서 만난 강 대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 지금 너무 설레요. ‘밀수’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관객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정말 큰 걸 얻어가는 느낌이에요.”

강 대표는 이달에만 두 번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한 번은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는 ‘베테랑2’ 무대인사를 위해서고, 다른 건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 비프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서다. 그는 “‘베테랑2’ 무대인사를 300회 정도 진행했는데 고된 일정 속에서 오히려 관객에게 힘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커뮤니티 비프에서 영화 ‘밀수’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됐을 때 매우 뜻깊었다고 했다. 강 대표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본 한 청각 장애인 관객이 여러 조언을 해줬다”며 “수어를 보고 ‘진짜 장애인이 감수하지 않은 티가 난다’고 했는데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너무 큰 숙제를 안고 간다. 영화적인 경계와 지평이 확 넓어진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영화인들이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을 찾았어요. 관객의 살아있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당장 ‘베테랑2’부터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논의해보려고요.”

강 대표의 외유내강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챙긴다는 영화계의 평가가 많다. 부일영화상에서 최고상인 최우수 작품상이나 최우수 감독상을 거머쥔 작품도 ‘모가디슈’ ‘베테랑’ ‘베를린’ 등 여럿이다. 강 대표는 “그 중간을 찾기 위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며 “별점 0개나 1개를 보면 속상하긴 하지만, 다음 작품을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걸 더 깊이 공부하려고 한다”면서 “대중문화를 오래 했지만, 대중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고 여전히 잘 모른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고 했다. “관객들 평가를 하나하나 챙겨보고 있어요. 어떤 평가는 보면 굉장히 논리적이에요.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하지 못할 정도로요. 그걸 보면서 많이 반성하기도 해요.”

강 대표는 어렸을 적의 자신을 천방지축으로 표현했다.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 직성이 풀렸다. 고려대 가정교육과에 진학했지만, 학생 운동에 빠졌다. 졸업하고 임시 교사로 일해 6개월 치 월급을 받았다. 이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던 강 대표가 서울의 한 극장 앞을 지날 때 독립영화협의회 전단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영화를 만들진 못한다’는 글이었다. 강 대표는 “장난스럽게 협회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게 영화 일의 시작이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팔자라는 게 있구나 싶다”고 털어놨다. 이후 영화제작사, 투자배급사 등에서 마케팅을 맡았고, 영화홍보사 등을 거쳐 제작사 외유내강을 차렸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건 ‘좋은 영화’에 대한 고민이라고 전했다.

강 대표는 자신의 영화 인생을 돌아보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 1세대로 불리는 선배 영화인들이 길을 잘 닦아줘 그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한국영화가 막 꿈틀대는 때였다”며 “멋진 선배들이 자갈밭에서 자갈을 다 걸러주셔서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영화 외길만 30년, 여전히 ‘영화를 사랑한다’며 활짝 웃는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사람 많은 곳을 안 좋아하는데 영화 현장은 그렇게 즐겁더라고요. 영화가 제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느낌이거든요. 도전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앞으로도 대중을 계속 공부하면서 좋은 영화 만들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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