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씹어 먹기 ‘오도독’] “잘 봐, 이게 K무용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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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
신체가 무기인 무용수 배틀
K무용의 세계화에 큰 기대

'스테이지 파이터' 방송 장면. Mnet 제공 '스테이지 파이터' 방송 장면. Mnet 제공

“다리가 예쁘다.” “라인이 좋다.”

일상생활에서 함부로 사용했다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언어가 용인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무용수가 무대에 섰을 때다. 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무용수에게 신체는 곧 무기다. 쭉쭉 뻗은 팔다리가 총이라면 탄력과 테크닉, 에너지는 총알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 등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끈 제작진이 이번에는 순수 무용을 가지고 돌아왔다. 티빙이 제공 중인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순수 무용 전공자들이 모여 ‘주역’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64명의 남자 무용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팔다리의 길이, 키, O자형 다리, 평발에 이르기까지 타고난 신체 모두를 평가받는 무용계에서 ‘피지컬: 100’보다 더 치열한 몸의 경쟁을 벌인다. 계급이 일상화된 한국형 서바이벌 프로그램답게 이곳에서도 무용수들을 퍼스트, 언더, 세컨드 계급으로 나누어 구분한다. 무용수들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 더 높은 계급을 향한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눈으로 보는 재미, 하나는 머리로 익히는 재미다. 먼저 훤칠한 남성 무용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돌 데뷔 오디션 프로그램 못지않게 수려한 외모를 지닌 이들이 대거 등장해 춤을 선보인다. 평균 연령대도 20대 초·중반의 젊은 무용수들이다. 이들의 에너지를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쓰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순수 무용을 소재로 한다는 점도 신선하다. ‘선자’, ‘자반’처럼 순수 무용에서 사용하는 테크닉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다. 제작진은 심사위원인 마스터와 코치의 입을 통해 올림픽 중계를 하듯 동작 하나하나를 충실히 설명한다. 김주원 2024 부산발레시즌 예술감독이 마스터로 참여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작진은 세 장르의 특성에 맞게 대결 과제를 준비해 장르별 특징을 살리려 노력했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최정남 PD는 “(시청자들이) 스트리트 댄스 배틀과는 또 다른 스포츠 선수들의 대결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줄 알았던 순수 무용에 기술 점수를 매길 수 있다는 점과, 그동안은 생각지 못했던 무용의 아름다움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회차당 40~50분 분량의 프로그램이 익숙한 시청자에게, 2시간이 넘는 방송 시간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SNS 등에서는 ‘힙한’ 한국 무용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소문을 타는 모양새다. 국립무용단 부수석 출신으로 K무용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최호종 무용수와 엄청난 내공을 자랑하는 기무간 무용수의 라이벌 구도도 볼거리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한강발 K문학의 인기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콘텐츠가 또 다시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스테이지 파이터’가 K무용을 세계에 알리는 ‘주역’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스테이지 파이터' 방송 장면. Mnet 제공 '스테이지 파이터' 방송 장면. Mnet 제공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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