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일본에 듣는다③]“스테이블 코인 통해 한일 교류 꿈꾼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JPYC 노리타카 오카베 대표 인터뷰
USDC 발행사 서클, 출자 스타트업
일본서 99% 시장 점유율 보유
미국도 스테이블 코인 제도권 편입 ‘만지작’
한국은 “NO…CBDC가 더욱 투명”

JPYC 노리타카 오카베 대표. JPYC 제공 JPYC 노리타카 오카베 대표. JPYC 제공

※편집자 주-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그러나 실상은 입법이란 문턱을 못 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반면 ‘코인쇄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디지털 자산 시대를 발 빠르게 맞이하고 있다. 오는 28일과 29일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2024에서 연사로 나설 5명을 통해 일본의 디지털 자산 현황을 조망해 본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일본 매장에서 JPYC로 사용할 수 있게 되거나, JPYC가 한국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게 되는 등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활발한 교류를 꿈꾼다.”

일본 엔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JPYC 노리타카 오카베 대표는 향후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한일 양국 간의 무역 거래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JPYC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테이블 코인 USD코인(USDC) 발행사 서클이 세계 최초로 출자한 스타트업으로, 일본 엔 스테이블 코인에서 99%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월 선불형 스테이블 코인 ‘JPYC’ 발행을 시작해 지난 8월에는 누계 발행액이 29억 엔(한화 약 265억 원)을 돌파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나 국제 상품 등을 담보자산으로 삼아 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전자 결제 수단이다.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만,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아 결제나 송금 등 상호 교환이 용이하다는 게 특징이다. 미국 달러와 가격이 1대1로 고정된 USDC, 테더(USDT) 등의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도 국제 송금 등에 사용되고 있다.

JPYC가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일본에서 관련 법이 일찍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는 개정 ‘자금결제법’이 통과됐다. 일본 금융청(FSA)은 2022년 12월부터 충분한 자산 보존을 조건으로 해외 발행 스테이블 코인 취급을 허용하는 내각부령 등 개정 절차를 진행한 이후 지난해 6월 1일부터 관련 법이 시행됐다.

오카베 대표는 “일본 정부는 2022년 세계에서 일찌감치 스테이블 코인에 특화된 규제를 만들었다”며 “이용자 보호를 철저히 하면서 스타트업에도 발행을 인정하는 등 균형 잡힌 규제를 재빨리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은 JPYC가 실제로 법규제를 준거하면서 엔화 스테이블 코인을 유통했던 것이 국회에서의 논의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스테이블 코인이 한국 금융·외환시장과 통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스테이블 코인보다 투명하다는 시각이다.

물론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발행까진 3~4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면 일본 내 기업 간(B2B) 결제 시장은 연간 1000조 엔(약 916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민간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법제화가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카베 대표는 일본이 전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는 등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빠르게 대응했지만, 유럽연합(EU)에 주도권을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개정법이 시행됐으나 가상자산거래소의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민간 측의 문제로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한 곳도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정한 EU는 서클에게 USDC, 유로코인(EUROC) 발행 라이선스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이 세계에 앞서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근거한 발행이나 유통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EU에 추월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해 전 세계 처음으로 가상자산 규제 패키지인 ‘미카(MiCA)’를 통과하고 스테이블 코인의 대규모 인출에 대비해 충분한 준비금을 준비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하루 거래액은 2억 유로(약 2985억 원)로 제한했다. 미국에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대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등 스테이블 코인을 가상자산 시장에서 분리하는 움직임이 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카베 대표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자산 산업에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JPYC는 최근 국내 IT 서비스 전문 기업 아이티센과 스테이블 코인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에서 바라본 한국은 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있어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인상”이라며 “이런 점에서 한국 기업 아이티센과 원화 등 스테이블 코인을 공동 연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이티센과의 이번 공동연구가 향후 한국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일본 매장에서 JPYC로 사용할 수 있게 되거나, JPYC가 한국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게 되는 등 양국의 교류와 무역이 더욱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한편, JPYC는 이번 협약을 통해 일본 규제 대응 노하우와 블록체인 기술을 아이티센의 실물 연계 자산(RWA) 사업과 융합하고, 현지 스테이블 코인 사업 발전과 새로운 금융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