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작심 발언’ 직후 부산서 “민심 받들겠다”
“여사 관련 국민 요구 해소해야”
확대당직자 회의서 언급한 후
부산에선 ‘민심’ 두 차례 거론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3일 부산 금정구 서동 미로시장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chan@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범어사를 찾은 다음 날인 23일 부산을 방문해 “민심을 받들어서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1심 선고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을 털고 가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내놓은 직후다.
한 대표는 이날 부산 금정구 서동 미로시장을 찾아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압승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금정에 7번째 왔는데, 금정과 부산이 국민의힘에 기회를 주신 걸 안다”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부산이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것에 100배, 1000배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민과 금정구민)여러분이 해주실 것은 다 했다”며 “이제는 저희가 다 하겠다.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서 뛰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대표의 부산 방문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첫 방문이다. 당초 예정된 일정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범어사를 방문한 바로 다음 날 부산을 찾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전날(22일) 범어사 방장 스님인 정여 스님과 만나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탄핵 공세 등 정국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에서 이른바 '윤한 갈등설'이 더욱 불거진 데 대한 속마음을 토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 한 대표는 부산 방문 직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며 “우리는 그때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나.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이후 부산에서는 2분가량의 짧은 발언 시간 동안 “국민의힘이 민심을 받들어서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 저희는 그 생각만 가지고 가겠다” “민심을 받들고 부산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등의 발언을 통해 ‘민심’이란 단어를 두 차례나 사용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 개의치 않고 김 여사 관련 문제 해결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총선에 이어 보선에서도 보수에 힘을 실어준 부산을 두고 주도권 싸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