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호종 ‘달랑게’ 뿐이라더니, 실사 해보니 ‘천연기념물’이 수두룩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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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욕지도 해상풍력 ‘환평 거짓·부실’ 의혹
“해양보호생물 누락·엉터리 채집 어구 사용,
사회·경제적 영향, 주민수용성 내용도 거짓”
어민·환경단체, 전문검토위 열어 검증 해야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지난 8월 16일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지난 8월 16일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경남권 최대 ‘황금어장’으로 손꼽히는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막으려 지역 어민들이 총궐기에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부산일보 8월 19일 자 11면 등 보도), 한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두고 거짓‧부실 의혹이 불거졌다.

2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최근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경남도 등 지자체에 ‘욕지 해상풍력 발전사업 환경영향평가 관련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문위는 사업자가 제출한 평가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심리하는 기구다.

대책위는 그동안 (사)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손잡고 민간 발전사업자인 A 사가 B 엔지니어링에 의뢰해 작성한 평가서 초안‧본안을 토대로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보고서 곳곳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 축소한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우선, 초안을 보면 해양보호생물은 육상부 송전선로 양륙점 인근 사등방파제에서 발견된 ‘달랑게’가 유일하다. 하지만 대책위와 환경연합이 전문 잠수사를 동원해 보고서에 명시된 해양동‧식물상 조사정점을 직접 확인했더니 구들여와 갈도 주변 해역에서 유착나무돌산호와 해송 군락이 다수 발견됐다.

두 종 모두 환경부가 정한 멸종위기 II급 생물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른 보호종(부속서 II급)이기도 하다. 특히 해송은 ‘바다의 소나무’라 불리는 희귀 산호로 2005년 천연기념물(제456호)로 지정됐다.

대책위는 “인근에서 실제 조업하는 어민이나 주민 의견만 들어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착성 보호종이다 보니 은폐하려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판단 된다”고 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II급인 유착나무돌산호(왼쪽)와 해송 군락. 해송은 천연기념물(제456호)이기도 하다. 대책위 제공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II급인 유착나무돌산호(왼쪽)와 해송 군락. 해송은 천연기념물(제456호)이기도 하다. 대책위 제공

어족 자원 분석 방식도 논란이다. 보고서에는 ‘현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자망’을 이용해 해산어류를 채집했더니 사업지구 인근 정점에서 성대가 50%, 송전선로 인근 정점에선 멸치가 98% 우점했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정작 채집에 사용한 자망 그물로는 멸치 포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자망은 어획 대상 어종의 아가미 둘레를 기준으로 그물코 크기를 정한다. 성체가 성인 손가락 굵기인 멸치를 잡으려면 그물코 크기가 1~2cm 정도로 촘촘해야 한다. 그런데 조사기관이 사용한 그물코는 6~8cm로 너무 크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멸치 포획이 불가능한 어구로 90% 이상 멸치를 포획했다는 것 자체가 엉터리”라고 꼬집었다.

해조류도 마찬가지. 미역, 모자반 등 갈조류는 생육 특성상 수온이 상승하는 여름과 초가을엔 자취를 감췄다가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에 다시 나타나 늦봄까지 우점한다. 하지만 보고서엔 봄‧겨울보다 여름에 더 많이 우점한다는 상식 밖의 결과가 수록됐다. 대책위는 현장조사 자체를 부실하게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밖에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 의견을 무시하고 초안에 명시한 조사항목(어류 및 수산자원)을 본안에서 축소(해산어류) 하고 △해양풍력으로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영향과 △주민수용성도 거짓으로 꾸몄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어민들은 줄곧 해상풍력단지 불가 의견을 명확히 전달해 왔다. 사업자가 주민수용성 근거로 삼는 ‘남해권 소통협의체’ 역시 단 한 차례도 운영된 적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상풍력은 대규모 면적을 30년간 독점배탁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클수 밖에 없다”며 “전문위원회를 통해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꼼꼼하게 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A 사는 “보고서는 관련 규정과 법령, 가이드라인, 기존 협력 사례를 준용해 작성됐고, 증빙자료도 충실히 수록했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전문 기관 검토의견을 반영해 보완, 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풍력발전단지 추진 현황. 부산일보DB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풍력발전단지 추진 현황. 부산일보DB

한편, A 사를 포함해 현재 욕지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4건. 추정 계획 면적은 150㎢,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규모다. 이 중 A 사는 31.98㎢ 면적 14~17MW급 발전기 28기, 총 발전용량 384MW급 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욕지도 일대가 경남지역 최대 황금어장이라 어민들 반발이 거세다. 실제 이 해역은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으로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고시된 ‘경남해양공간 관리계획’에서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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