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부서 신설·개조 지원… 방치된 집은 ‘빈집세’ 압박 [부산 '빈집 SOS']
8. 빈집 감소하는 일본 교토시
2014년 담당 부서 상설화 대응
10년 새 빈집 4700채나 줄어
디그 홈 프로젝트·콜센터 활용
수리·인테리어·매매 제공 상담
관리 손놓은 집 소유주에 과세
매각·철거할 경우 보조금 지급
일본 전역의 빈집 폭증과는 달리 교토시는 2018년부터 빈집 감소세에 들어섰다. 빈집 상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빈집이라도 개조하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집이 된다는 시각을 확산시킨 것이 비결이다.
동시에 강력한 ‘압박 정책’도 추진한다. 교토시는 일본 최초로 2026년부터 일명 ‘빈집세’라고 불리는 ‘비거주 활용 촉진세’를 빈집 소유자에게 부과한다.
■‘빈집은 자원’…4700채 줄었다
5년마다 공표되는 일본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교토시의 빈집은 5년 전과 비교해 700채 줄었다. 5년 전인 2018년 조사에서 4000채가 줄어든 것에 이어 빈집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2023년 일본 전역의 빈집은 6502만 호로, 5년 전과 비교해 261만 호(4.2%) 늘었다.
교토시의 빈집 감소 비결은 빈집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빈집을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으로 본 것이다. 빈집을 사회문제로만 보지 않고, ‘가능성’으로 보고 활용 정책에 힘을 쏟았다.
교토시 주택정책과 타무라 이쿠오 과장은 “교토시는 2014년까지 빈집이 많은 도시였고, 그때부터 전문부서를 상설화해 대응했다”며 “민간 분야 전문가를 불러 관련 법률이나 조례를 정비했고, 노력해 온 결과 2018년부터 빈집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빈집이 감소한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빈집에 대한 인식을 전환한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교토 디그 홈 프로젝트(Kyoto Dig Home Project)’도 빈집을 ‘가능성’으로 보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빈집 구매나 수리 비용을 지원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빈집을 개조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 개조 비용 등 사례를 소개한다. 민간 인테리어 업체나 부동산 전문가와의 상담도 지원한다. 빈집을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각자의 니즈에 맞는 주거로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빈집에 관해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는 콜센터도 설치돼 있다. ‘교토 이츠데모 코루(교토 언제든지 콜)’라는 전화 상담 서비스로, 주말 휴일 없이 매일 오전 8시에서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본격적인 부동산·건축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 교토시에 등록된 빈집 상담원과 연계한다. 빈집 상담원과의 대면 상담소 또한 운영하고 있다. 상담소는 시내 여러 곳의 시청 지소를 번갈아가며 활용한다. 교토시에 따르면 전문 상담원 250명이 약 800건의 상담을 완료했고, 그 중 약 200건에 대해서는 이미 빈집의 개조나 매매 등이 이뤄져 활용되고 있다.
소유주가 관리에 소홀해 상태가 열악한 빈집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조치도 뒤따른다. 교토시는 소유주에게 조치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을 보내고,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경고, 재산세 4배 과세, 50만 엔 추가 과세 등 압박에 나선다. 그럼에도 세금도 내지 않고, 개선 조치를 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에 돌입한다. 교토시가 그동안 강제로 철거한 빈집은 7곳이다.
타무라 과장은 “빈집 제로라는 건 불가능하다. 단지 방치되는 빈집을 줄이고 사람이 들어와 살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며 “시민들이 빈집에 관한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공공이 지원하는 걸 유지하고, 일상에 녹아들도록 하는 게 일종의 빈집 대응 목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는 빈집에 자산세 50% 부과
교토시는 2026년부터 일명 ‘빈집세’라고 불리는 ‘비거주 주택 활용 촉진세’를 부과한다. 대상은 교토시 내 빈집으로, 세입자를 물색하거나 매매를 위해 내놓은 상태가 아니라면 모두 과세 대상이다. 빈집의 청결 여부와는 무관하게 ‘현재 유통 중인가’가 핵심이다.
교토시 내 빈집은 10만 5300호인데, 이 중 약 1.5만 호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집세는 토지와 주택의 고정 자산세의 절반 정도가 부과되는데, 총 세수는 약 9억 5000만 엔(한화 약 86억 원)으로 추산됐다. 교토시가 올해 빈집 정책에 투입하는 전체 예산 1억 5000만 엔(한화 약 13억 6900만 원)의 약 6배에 달한다.
교토시는 빈집세 부과에 앞서 빈집을 활용하거나 철거하려는 소유주에 대한 특별 보조금 지원에도 나섰다. 올 8월부터 연말까지 빈집을 매각하면 중개 수수료의 절반을, 빈집을 해체하면 해체공사 비용의 3분의 1을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빈집세 부과의 핵심 취지는 빈집 유통을 늘려 궁극적으로는 청년과 육아 세대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문화재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어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높은 도심 주택가격은 청년층이 교토시를 떠나는 원인이 됐다. 교토시의 인구 전출입 통계를 살펴보면, 0~9세 유아·아동 세대와 25~45세 청년·육아 세대에서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갓 취업한 청년 또는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지역을 떠나는 것.
교토시청 세제과 카와토 테츠로 과장은 “지난 10년간 빈집 대책을 세워왔는데, 소유주에게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 되지는 않았다”며 “세금을 부과하면 한명 한명에게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되고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통 촉진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
교토(일본)/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