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가계대출… 2금융권 '풍선효과'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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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6조 원 증가
금융당국 시중은행 대출 규제 여파
2금융권 증가 폭, 3년 만에 최대치
스트레스 금리 추가 등 규제 강화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의 경우 5대 은행은 주춤한 반면 지방은행과 2금융권 등은 대폭 늘어났다.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의 경우 5대 은행은 주춤한 반면 지방은행과 2금융권 등은 대폭 늘어났다.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급증세가 멈출 기미가 없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축소된 반면 금융권 전체로는 6조 원 내외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이 대출을 조이자 지방은행, 2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10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약 6조 원 늘어났다.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 8월 9조 8000억 원 늘어 3년 1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9월에는 증가액이 5조 2000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가 한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10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보다 1조 1141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9조 6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9월 5조 6000억 원, 10월 1조 1141억 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2금융권 가계대출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30일 기준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1월 3조 원 이후 거의 3년(2년 11개월)만에 최대 폭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 중 절반 가량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늘어났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축소한 틈을 타 상호금융권이 집단대출(중도금·잔금대출 등)과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지방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게 책정하며 대출 수요자의 구미를 당겼다. 부산은행 주담대 상품인 ‘ONE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지난달 8일 기준 연 3.76%로 국민은행(연 3.99%)과 신한은행(연 4.26%) 등 시중은행보다 낮았다. 인터넷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무료를 내걸자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수요가 몰려 이른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가계대출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서민들의 급전으로 분류되는 카드론과 보험약관대출, 신용대출 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비싼 만큼 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론 증가폭은 5000억 원대, 보험 약관대출은 3000억 원대로 알려졌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본부장은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좀 세게 누르면서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대출의 질이 악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금융권의 연체율이 올해 들어서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고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부터는 보험업권, 이달부터는 상호금융권을 비롯한 2금융권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들어갔으니 한두 달 후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권에만 제출받아온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2금융권에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일께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2금융권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한 관리 강화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회사별로 가계대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업무계획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논의하려고 한다”며 “연간 경상성장률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금융권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을 경우 당국은 DSR 규제 강화 조치 등 보다 직접적인 관리 대책을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 수도권 주담대에도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를 1.2%포인트(P)로 올리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대해 ‘2단계 스트레스 DSR’ 조치를 시행하면서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에 한해 0.75%P가 아닌 1.2%P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했는데, 2금융권에도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미래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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