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표 ‘통영 어부장터’ 절반의 성공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0만 명 방문 지역 경제 활성화
현장 운영·교통 실망 혹평 이어져
“체계 아예 없어, 난민촌 같았다”
백 대표 사과… 시 자화자찬 ‘대조’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어부장터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통영시 제공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어부장터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통영시 제공

유명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기획한 첫 수산 먹거리 축제인 ‘통영 어부장터’가 3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동원하는 역대급 성적에도 쏟아지는 혹평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단 3일만에 통영시 전체 인구의 3배에 달하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방문객 편의와 운영 측면에선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썼다. 결국 백 대표가 공개 사과까지 하며 진화에 나선 상황에 통영시는 긍정적 효과만 부각하는 ‘자화자찬’으로 비판을 자초했다.

5일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 어부장터’에 30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외지인으로 축제 기간 주변 숙박시설 대부분이 만실이 되고 식당가와 재래시장을 비롯해 케이블카, 루지 등 위락시설에도 발길이 이어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통영시 설명이다.

축제장에는 더본코리아가 이번 축제를 위해 개발한 20여 종의 수산물 요리가 방문객을 맞았다. 굴, 멍게, 멸치, 바닷장어, 우럭 등 익수한 재료들로 색다르게 맛을 낸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과 구름 인파에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축제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합격점을 받았다. 통영시는 이를 토대로 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고 자평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어부장터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통영시 제공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어부장터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통영시 제공

하지만 통영시의 이런 호언과 달리 실제 방문객 평가는 딴판이었다. 허술한 사전 준비와 방문객 편의를 고려하지 않는 미숙한 현장 관리가 반복되면서 곳곳에서 불평, 불만이 터져나왔다. 우선 교통 혼잡은 예견된 문제였지만 상상은 더 심각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만 명 넘는 인파가 통영으로 몰려 오면서 고속도로에서 내려 축제장까지 닿는 데 만 1시간 넘게 소요됐다.

이후에도 축제장 입장 대기로만 1~2시간, 요리 하나를 주문하고 받는데 또 1~2시간을 더 허비해야 했다. 번호표가 없다 보니 무작정 줄을 서야 하는 상황에, 현장 안내나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계산 대기 줄’과 ‘음식 대기 줄’이 엉키기도 했다. 뒤늦게 줄을 잘 못 선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맨 뒤로 돌아가 다시 긴 기다림을 견뎌내야 했다.

날씨도 악재였다. 축제 첫 날 제21호 태풍 ‘콩레이’ 간접 영향권에 든 통영에는 종일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러나 시와 더본코리아는 비가림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강풍에 따른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방문객들은 폭우를 맞으며 한참을 기다린 끝에 받아 든 요리를 힘겹게 우산을 받쳐가며 맛봐야 했다.

통영 어부장터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자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 캡처 통영 어부장터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자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 캡처

실망한 방문객들은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 혹평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축제라서 교통이 막히는 건 이해하지만 들어갈 때부터 1시간 대기해서 들어가고, 음식 주문하는 데 2시간 걸리고 대기의 연속이었다. 축제 중간 시간대에 재료 소진으로 주문이 안 되는 건 준비 미흡인 것 같다. 백종원 선생님 믿고 갔는데 대실망”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체계가 아예 없었다. 전쟁 나면 밥은 이렇게 먹겠구나 체험할 수 있었다”거나 “이렇게 비 쫄딱 맞으면서 음식 먹어본 건 군대 이후 처음이다”, “난민촌 같았다”고 토로했다.

5일 현재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통영 어부장터 홍보 영상에는 3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태반이 악플이다. 결국 백 대표는 고정 댓글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백 대표는 “이번 축제와 관련해 불편을 느끼신 부분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에 발생한 여러 불편 사항을 교훈 삼아 더 많은 분이 편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