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 갚으려고 필리핀서 동창 살해 40대 무기징역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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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화장해 직접 증거 없었지만
자연사나 돌연사 가능성 적다고 판단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필리핀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고교 동창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먹인 후 살해한 40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29일 강도살인 및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사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와 함께 생명보험금 서류 위조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보험설계사 40대 남성 B 씨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친한 고교 동창 C 씨에게 연 6∼8% 이자를 주겠다고 속여 6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A 씨는 변제 요구를 받자,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B 씨와 공모해 대필 등의 방법으로 서류를 위조해 C 씨 명의 생명보험을 들고 사망 수익자로 자신의 이름을 기재했다.

2020년 1월 C 씨와 단둘이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 간 A 씨는 숙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탄 숙취해소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하고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C 씨는 애초 자연사로 숨진 것으로 보고 필리핀 현지에서 화장됐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C 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화장된 탓에 직접적인 살인 증거가 없어 살인 혐의가 인정되느냐였다.

재판부는 C 씨가 건강상 이상 징후나 지병이 없었고 졸피뎀 치사량이 1000정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자연사나 돌연사 가능은 적다고 판단했다.

결국 A 씨가 사망 직후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유족과의 만남에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질문을 회피한 점 등을 들여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피해자의 재산을 빼앗고, 채권자인 피해자를 살해해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절친한 친구인 줄 알았던 A 씨에 의해 생명을 잃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피해자의 심정,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은 짐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 씨에 대해선 “B 씨가 보험설계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 자신의 반성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 씨는 올해 1월 부산지법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약 6억 9000만 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A 씨는 허위 공증서를 만들어 C 씨 유족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사기미수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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