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문학’· ‘저항 문학’ 이야기할 공간 제대로 마련해야 [부산문화 도약에서 비상으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④20년 숙원 부산문학관
노벨상 계기 문학 다시 볼 때
문학 전통 공유할 공간 절실

관광지 공간과 차별성 두고
문학관 고유 기능 중심으로
전문적 운영체계도 꼭 필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우리 문학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의 불을 지피고 있다. 마침 지난달 부산시도 부산 문인들의 숙원인 부산문학관을 금정구 만남의 광장에 연면적 4000㎡ 규모로 2027년에 착공해 2028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갈등의 불씨 또한 꺼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의에 참여해 온 구모룡 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와 부산대 문재원 교수(한국민족문화연구소 소장)가 만나, 부산문학관 문제를 위주로 부산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해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대담은 서로 순서를 바꾸어 가며 진행됐다.


부산대 문재원 교수와 구모룡 문학평론가가 부산대에서 만나 부산문학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대 문재원 교수와 구모룡 문학평론가가 부산대에서 만나 부산문학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한국 문학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전망해 달라.

△구 평론가=K컬처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맥락이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세계 문학이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나 라틴 아메리카 쪽으로 이동한 지가 꽤 되었다. 한강은 한국처럼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서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는 나라에서 오히려 생산적인 문학이 나온다는 사실을 증명한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우리 문학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 교수=노벨문학상 수상 계보를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민족적(향토적)이면서도 저항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강의 소설도 4·3이나 5·18 같은 우리나라의 아픈 현대사에 대한 상처와 치유를 담아내는 작품들이다. 주제 면에서 노벨 문학상을 관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세계 문학도 주변부 문학에 대한 담론들이 많아지고 있어, 한국 문학도 세계 문학의 일원으로써 더 고민해 나가야 한다.

-부산 문학관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 교수=전국에 문학관이 100여 곳이 있는데 이 중 80~90%가 2000년대 이후에 만들어졌다. 지자체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문인들은 문학적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결합된 것이다. 긱 지자체의 문학관 만들기 바람에서 부산시만 예외로 남았다. 광역시 단위에서 부산만 유일하게 공립 문학관이 없으니 부산 지역 문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게 되었다. 많이 늦었지만 부산 문학의 전통과 풍부한 이야기를 공유할 공간이 필요하다.

△구 평론가=본래 문학관은 지역의 유명한 문인을 기념해 그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연구를 하고, 그 사람의 문학 정신을 확산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역 단위의 통합적인 문학관에 대해서 적극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천의 근대문학관 사례는 ‘근대 문학’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부산은 영화·영상에 너무 집중해 문학은 연극·무용 같은 분야와 함께 상당히 뒤처졌기에 문학관이 필요하다.


구모룡 문학평론가. 김종진 기자 kjj1761@ 구모룡 문학평론가. 김종진 기자 kjj1761@

-늦게 만드는 만큼 더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겠다.

△문 교수=부산문학관의 어젠다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제일 중요하다. 만약 문학에 대한 고민보다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으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일반적인 관광지 공간과 차별성이 없어진다. 문학관으로서의 고유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또한 부산문학관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려면 그전에 우선 부산 문학사를 새로 써야 한다. 부산 문학을 우리가 뭐라고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상이 서야 그걸 그대로 공간으로 표현하는 부산문학관이 나올 수 있다.

△구 평론가=문학관의 기능이 점차 확장되면서 도서관이나 문학 네트워킹까지 아우르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도서관 기능이 지나치면 문학관의 정체성을 와해시킨다. 문학관 고유의 기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문학관에 필요한 자료를 열람하는 그런 정도의 도서관 기능이면 된다. 문학관이 집중하고자 하는 문인들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하면서, 연관된 걸 확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문학관에 모든 기능이 다 들어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부산문학관은 어떤 콘텐츠로 꾸며야 하나.

△구 평론가=부산 문학사는 현재 1980년대 정도까지만 쓰였다. 또한 부산 문학을 한국의 일반적인 문학사 기준을 가지고 기술했기에 부산 입장에서 새롭게 볼 부분이 많다. 해양 문학은 부산의 중요한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피난 문학도 부산에 왔다 간 문인들 외에 해외로 나간 사람까지 확장하면 콘텐츠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김성종 작가와 관련해 추리 문학도 포함될 수 있다. 부산의 특성과 연관된 문학을 우리가 새롭게 조명하고 그게 합의가 되어야 수장고에 들어갈 콘텐츠가 된다. 부산 사람이라고 해서 다 들어가면 그만한 헌책방이 없을 것이다.

△문 교수=부산 문학사에는 저항 문학의 맥락도 있다. 1980년대 부산에서는 다양한 무크지들이 출현해 80년대 한국의 폭력적 정치 상황에 저항하는 동시에 지역에 대한 성찰을 촉발하고, 서울 편향의 권위주의적 문학 체제에 대항하는 문화투쟁의 거점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한국 문학사 안에서 부산 문학을 보았다면 이제는 부산의 시각으로 그동안에 누락되어 있던 것도 발굴하고, 그런 것들의 가치를 복원시켜서 이것이 부산 문학이라고 보여 줘야 한다.


부산대 문재원 교수.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대 문재원 교수. 김종진 기자 kjj1761@

-금정구 만남의 광장 부지에 대해 여전히 반대 목소리도 있다.

△문 교수=어린이대공원도 안 되고 에덴공원도 안 되어서 우여곡절 끝에 결정한 장소다. 만약에 또다시 부지를 바꾸려 하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사람들의 의욕이 떨어질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문학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원론적으로는 공간에 대한 논란이 너무 크다면 다시 한번 원점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구 평론가=저는 그분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지역문학관은 접근성이 좋고 교통이 편한 곳에 있어야 한다. 주변에 부산가톨릭대와 부산대 같은 학교도 있다. 오륜대와 연결하는 산책로를 만들어 ‘부산 문학의 길’로 이름 붙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종전 후보지보다 지금이 입지로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끝으로 부산문학관에 대해 당부할 이야기가 있으면 달라.

△구 평론가=부산에는 해양 문학도 있고 여성 문학도 세다. 이런 것들을 부산문학관에 모아서 연구하고, 확산하고, 네트워킹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산의 문학 수준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문학관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문인단체와는 별도의 체제를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문학관도 잘 지어야 되겠지만 문학관 조직을 어떻게 지자체가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 궁극적으로는 전문 학예사 중심으로 문학관이 운영되어야 한다.

△문 교수=부산문학관은 부산 문학에 대한 아카이빙이기도 하지만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전망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문학관이 과거 것들을 모아 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이 나올 것인지 상상하는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 지역의 문학관은 문학관을 짓던 공무원 부서가 초창기에 그대로 옮겨와 운영을 했는데 바람직하지 않았다. 문학관에는 전문적인 운영 체제가 있어야 한다. -끝-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