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7특임단장 "'의원 끌어낼수 있나' 지시받아”
계엄 관련 군 지휘관 잇딴 증언
"'국회의원 끌어낼 수 있나' 지시 받아"
"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군 떠날 것"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군 지휘관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며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김현태 단장도 9일 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을 (국회 밖으로)끌어낼 수 있냐’는 뉘앙스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단장의 신원은 기밀에 해당하지만, 그는 마스크나 선글라스 없이 나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섰다. 김 단장은 “1∼2분 간격으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한테서)전화가 왔는데, ‘국회의원이 (의사당 안에)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한다. 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뉘앙스였다”고 전했다. 이어 김 단장은 의사당에 진입한 뒤 안에서 문을 틀어막는 식으로 봉쇄하려고 창문을 깨라는 지시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 숫자와 관련된 언급은 4일 오전 0시에서 0시 30분 사이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계엄 해제 요구안)가결을 우려했던 것 같다”며 “(사령관이)‘의원이 늘고 있다, 150명 넘으면 안 된다, 진입이 되느냐’고 물어서 저는 ‘진입이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의원 150명 지시’에 대해 “사령관이 말했고, 김용현 전 장관이 지시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탄 준비에 대해서는 헬기 1대에 탑승하는 8명의 실탄을 통합 보관했으며 분량은 개인별로 5.56㎜ 10발, 9㎜ 10발이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나무 상자에 공포탄과 연습용 수류탄을 실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올해 저희가 처음으로 헬기를 (여의도 근처 한강)노들섬에 전개하는 훈련도 제 기억에 4∼5월 실시했다”고 훈련과 계엄의 연관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단장은 국회 내 진입 상황을 떠올리며 “제가 국회 안에서 길을 헤맬 때 안규백 의원이 오고 있었다. 의원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그분을 알았다”며 “인사를 드릴 순 없었지만, 의원이 지나갈 때 몸을 피해서 비켜드렸다. 만약 제가 의원을 끌어내거나 잡으려고 했다면 제가 안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날 준비해 온 회견문에서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다.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부대원들의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김 단장은 이어 “어떠한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며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가의 군인으로서 잘못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 죄를 물어 사랑하는 군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