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뜻에 맞서겠다는 尹, 탄핵 방아쇠 스스로 당겼다
긴급 담화 통해 자신의 잘못 끝내 부정
14일 탄핵안 통과로 즉각 권력 회수를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긴급 담화를 통해 퇴진을 거부하고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 혼란의 모든 책임을 거대 야당에 돌리며 “범죄자 집단의 국정 장악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도 했다. 구제 불능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을 저질러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일말의 반성도 없는 대통령의 정신착란적 현실 인식이 절망스럽다. 사실상 국민과 맞서겠다는 선언이니 탄핵에 의한 즉각적 단죄 말고는 다른 길이 없음이 명백해졌다.
이날 대국민 담화는 군색한 변명과 터무니없는 고집으로 일관된 것이었다.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계엄의 형식을 빌렸고, 질서 유지를 위해 소규모 병력만 투입했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 행위를 헌법적 결단으로 포장한 것인데, 내란죄를 회피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이미 계엄에 가담한 군 관계자들의 광범위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장악 의도가 없었다는 것도, 선관위 시스템 점검 차원에서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것도 설득력 없는 결과론적 주장일 뿐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 뒤에 극우 보수의 편협한 논리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정치적 선동 수단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통탄할 노릇이다.
윤 대통령은 끝내 여당과의 관계도 단절하고 독불장군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된 이상 국민의힘도 더 이상의 혼란을 접고 분명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한동훈 대표가 12일 대통령 탄핵 찬성 의지를 밝혔는데, 또다시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당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14일 탄핵안 표결에 참석하도록 독려하는 게 중요하다.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로 새로 선출되면서 당내 갈등의 위기는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의 불필요한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압도적 다수결로 탄핵안이 통과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은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본인의 잘못을 부정하고 끝내 국민을 우롱한 최종 변론이었다. 하야나 퇴진보다 탄핵 정국을 활용하는 게 시간 끌기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게 분명하다. 헌법재판소 ‘6인 체제’의 허점을 이용하겠다는 심산도 엿보인다. 어찌 됐든 윤 대통령은 스스로 탄핵의 방아쇠를 당겼다.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은 이제 즉각 회수돼야 마땅하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는데, 그가 말하는 국민은 대체 누구인가. ‘즉시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이 75%에 달한다.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는 탄핵으로 가고 있다. 조기 탄핵을 통해 국정 혼란을 속히 수습하고 나라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