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넥타이 메시지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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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흔히 남성복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한다. 이는 넥타이가 남성들의 멋 내기 포인트이자 복장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넥타이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공식 석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이어서 메시지 표현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넥타이는 단순히 패션 액세서리를 넘어 정치적으로 피아(彼我)를 구분하거나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또 다른 얼굴 역할을 한다.

정치인들은 때로 백 마디 말보다 넥타이 색 하나로 속마음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2022년 3월, 20대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어두운 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에 두 후보의 동일한 넥타이 색이 단일화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고, 결국 그들은 토론 다음 날 새벽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넥타이 정치로 유명하다. 그의 보좌관이 쓴 책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에서는 “이 전 총리는 다음날의 일정에 맞춰 국민들께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넥타이를 선택한다”고 정치 스타일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착용하는 넥타이는 그들의 이미지와 신뢰성,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할 때 착용한 연두색 넥타이가 주목받고 있다. 이 넥타이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유품으로 우 의장이 중요한 정치적 결단의 순간마다 착용해 온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 이날 착용한 연두색 넥타이는 특정 정당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민주화 의지, 정치적 중립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해석됐다. 통상 연두색은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

김 전 의원은 한국 정치사에서 ‘따뜻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포하며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정치는 오히려 더 후퇴한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5류, 6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이게 무슨 정치인가”라고 말한다. 2024년 한국 정치는 혼란, 그 자체다. 지금의 혼란 정국에서 정치인들의 책임은 결코 비껴갈 수 없다. 여야 정치인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내년에는 한국 정치가 좀 더 따뜻하고 품격 있는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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