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 합격자 미등록 급증… 정시 합격선 낮아진다
정원 늘면서 중복 합격 증가
39개 의대 100명 정시 이월
약대·치대·한의대도 늘어나
부산대 한의대 20명 등록 포기
31일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의대와 치대, 한의대, 약대 등 의약학 계열 수시모집 미등록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7년 만의 의대 증원 여파로 수시모집 복수 합격 등의 이유로 등록을 포기한 학생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에서 뽑지 못해 정시모집으로 넘어가는 인원이 많이 늘어나면서 정시 합격선도 기존 예상 점수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은 30일 수시 미충원 인원을 반영한 정시 모집인원을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 올해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3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다. 의대가 있는 전국 39개 대학도 일제히 정시모집 인원을 확정하고 전형 절차에 착수한다.
입시 업계에서는 올해 전국 39개 의대의 정시 이월 인원이 1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입시 전문 업체 종로학원이 분석한 최근 3년간 정시 이월 인원은 △2022학년도 63명 △2023학년도 13명 △2024학년도 33명이었다. 올해 정시 이월 인원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충북대 의대는 수시모집에서 60명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합격자 120명이 등록을 포기해 등록포기 비율 20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4명보다 2.7배 증가한 것이다. 제주대 의대는 합격자 중 등록 포기자가 지난해 18명에서 올해 46명으로 2.5배 증가했다. 부산대 의대 역시 올해 수시모집에서 등록을 포기한 학생이 지난해 29명에서 87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상황은 약대·치대·한의대 등도 비슷하다. 서울 지역 주요 약대 역시 수시모집 등록 포기 비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 등록 포기 비율은 △서울대 30.2% △연세대 55.6% △이화여대 87.1% △동국대 55.0% △덕성여대 96.1% 등을 기록했다. 치대의 경우 △서울대 32.0% △연세대 94.1%로 나타났다. 부산대 한의대는 등록 포기자가 모집인원과 같은 20명이 발생해 지난해 9명보다 2.2배 늘어났다.
올해 의약학 계열 수시모집 미등록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의대 증원에 따른 의대 지원 쏠림 현상이 강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시모집에서 지원할 수 있는 6개 대학을 대부분 의대로 선택하면서 의대 간 중복합격이 많아져 의대 수시 미충원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의대나 치대·한의대·약대 합격생 중 상당수가 서울·수도권 의대나 규모가 큰 의대로 이동한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모집 이월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면서 대부분 의대의 정시 합격선이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로학원은 지난 8일 서울대 의대 합격선(표준점수 600점 만점, 국어·수학·탐구2과목·영어 1등급 기준)을 415점으로 예상했다. 서울 지역 주요 의대와 비수도권 대형 의대의 경우 408점에서 413점이면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시 미충원 인원이 늘면서 정시 합격선은 기존 예상치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국 39개 의대가 정시 이월 인원을 30일 확정함에 따라 의료계가 요구해 온 정시모집 이월 중단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는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 의료계는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각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뽑지 못한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교육부는 이미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확정됐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히며 의료계의 제안을 거절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